비만과 고혈압의 악순환, 체중 감량이 치료의 핵심
커프리스 혈압계 도입, 고혈압 관리 방식 혁신 기대
임신 중 고혈압 관리 강화, 백의고혈압 적극적 측정 권고
고혈압은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며, 증상 없이 혈관을 손상시켜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발표한 '고혈압 진료지침 2026' 개정판에서 고혈압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심뇌혈관질환 예방의 핵심 전략임을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00년 첫 진료 지침을 마련한 이후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내용을 보완해왔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이완기 단독 고혈압'을 새로운 고혈압 유형으로 별도 분류했다. 이는 수축기 혈압이 정상 범위인 140mmHg 미만이지만,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학회는 이 유형이 젊은 층에서 흔하며, 장기적으로 심혈관 합병증과 표적장기 손상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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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 치료의 목표 혈압 |
이에 따라 학회는 20세에서 39세 젊은 고혈압 환자에서도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40세 미만에서는 단순 체질 문제로 넘기지 말고, 다른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을 확인하는 '이차성 고혈압' 선별검사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만도 새롭게 강조된 핵심 관리 분야다. 학회는 비만 고혈압 환자에서 체중 감량을 단순 생활 습관 교정이 아니라 치료 전략의 중심으로 제시했다. 특히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 등 최신 약제를 새로운 치료 옵션에 포함한 점도 눈길을 끈다. 비만과 고혈압은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 관계로, 체중 증가가 혈압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혈관과 심장에 부담을 준다.
이번 지침은 생활 습관 치료의 범위도 한층 넓혔다. 기존의 저염식, 운동, 절주, 금연뿐 아니라 전자담배와 간접흡연까지 금연 권고 범위에 포함했고, 명상과 호흡운동, 마음챙김 같은 스트레스 완화 요법도 비약물 치료 전략으로 새롭게 제시했다. 이는 고혈압이 단순히 혈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환경과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질환이라는 점을 반영한 변화다.
혈압 측정 방식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학회는 국내외 진료지침 가운데 처음으로 '커프리스 혈압계'를 임상 혈압 감시 장치에 포함했다. 커프리스 혈압계는 기존처럼 팔을 압박하는 커프 없이 반지형이나 웨어러블 기기 형태로 24시간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다. 수면 중이나 일상생활 속 혈압 변동까지 확인할 수 있어 향후 고혈압 관리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임신 중 고혈압 관리도 강화됐다. 학회는 산모와 태아 합병증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는 임신 중 백의고혈압에 대해서도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임신 중 사용할 수 있는 약제로는 메틸도파, 라베타롤, 니페디핀, 암로디핀 등을 제시했다.
치료 목표 역시 일부 환자군에서는 더 엄격해졌다. 일반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기존처럼 140·90mmHg 미만을 유지하지만, 당뇨병, 만성콩팥병, 심혈관질환, 뇌졸중을 동반한 고위험군은 130·80mmHg 미만으로 강화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는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심뇌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최신 임상연구 결과들이 이번 지침에 반영됐다.
학회는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라며 "최신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이번 진료지침이 고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은 고혈압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고혈압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는 심뇌혈관질환 예방의 핵심 전략으로, 이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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