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분쟁이 지역분쟁으로
상대국 내구력 경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 필요
4주 안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란 전쟁은 진창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형국이다. '이란'이란 늪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늪에서 손만 흔드는, 어찌 보면 애처로운 장면이 거듭되고 있다. 전쟁 기간을 2주 더 늘려 6주라는 타임라인을 제시하고, 4월 6일 최후통첩 시한 내에 이란과의 합의를 원한다는 백악관 대변인의 공개 언명까지 나올 정도로 미국은 초조하고 다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지휘부 참수와 강한 압력으로 항복에 가까운 양보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한 것부터가 오산이었다. 이란 지도부의 시스템을 경시한 탓이다. 최고지도자를 제거해도 국가기능이 붕괴되지 않고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해군사령관을 참수해도 이란의 반격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 그 증거이며, 그저 상징적인 ‘한방’일 뿐이다.
모사드를 반석에 올려놓은 국장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메이르 다간이다. “모사드는 입에 단검을 물고 행동해야한다”고 까지 강조할 정도로, 한때 나약해진 모사드를 강건하게 만든 인물이다. 다간은 재직 당시 이란침공을 결사 반대했다. 이란이란 늪에 빠질 우려가 높고, 쉽게 제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신 지휘부 참수작전과 핵능력 지연에 주력하자고 제안했고,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다간 같은 강직한 정보기관장이 사라지고, 네타냐후에 아부하는 정치적 성향의 인물이 모사드 국장을 맡고 있는 것도 오늘의 사태를 유발한 한 원인이다.
2025년 6월 이란의 핵시설이 밀집한 나탄즈를 기습 공습한 ‘미드나잇 해머’작전에 도취된 것도 늪에 빠진 또 다른 요인이다. 이란의 반격 능력을 우습게 보았고, 주변국을 공격하여 중동 전체를 화약고를 만들며, 1974년 4차 중동전쟁처럼 ‘유가전쟁’, ‘경제전쟁’으로 몰아가려는 이란의 책략을 간파하지 못했다. 강대국의 오만함이자, 승리 공식을 답습하는 인간의 인지적 결함을 여실히 보여준 실패사례다.
이 점에서 이란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형제처럼 닮아가고 있다. 트럼프의 큰 소리처럼, 푸틴은 연방정보부 FSB의 정보 보고를 과신하고, “몇 주내에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였지만, 5년째 이어지며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분쟁 전개 양상도 비슷하다. 분쟁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화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사자만의 전쟁이 아닌, 유럽 대 러시아의 싸움으로 전선이 확대되었듯이, 이란 전쟁도 호르무즈 제해권을 장악을 명분으로 나토 참여를 압박할 정도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치적인 줄서기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 러시아의 위성정보를 바탕으로 4,500억원이나 되는 미국의 조기경보기를 드론으로 박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적 강압에 대한 내구성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악랄한 압박을 견뎌내고 있듯이, 이란도 ‘저항경제’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기습공격에 따른 초기의 쇼크를 흡수하고, 지속적인 압력에 적응하는 것이나, 분쟁지역이 확대되는 것이 두 전쟁이 그리는 그림이다.
군사적 대결이 격화되는 것을 넘어, 글로벌 경제 붕괴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푸틴이 러시아 천연가스 밸브를 레버리지로 삼아 독일, 헝가리 등 유럽 국가들을 좌지우지 했듯이, 이란은 원유 수송을 막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있다.
파키스탄 등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 간에 직·간접적인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합의가 안 되면 “발전소, 하르그 섬 등 초토화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란이 굴복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칼자루는 미국이 아닌 이란이 쥐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1개월 휴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모든 전선에서 총성이 멈추는 종전을 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종전 조건은 변해가는 것도 문제다. 단기적인 군사적 목표 달성과 정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종전 상태와는 갭이 있다는 것도 포괄적인 합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란 전쟁은 스피드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잘 견디느냐의 싸움이다.
글로벌 시스템이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도 관건 중의 하나다.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에너지 시장 다변화, 국방기술 자주화 및 자강, 경제적 내구성 강화에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국민들의 정신 자세다.
이재명 정부의 ‘환각정치’, ‘국민 눈 가리개식 숫자놀음’이나, 낙관적 시책에 매몰되지 말고, 소극적인 투자와 내핍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이일환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
[출처: JFN(잡앤퓨처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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