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가 익어가고 있다
가끔은 엄마의 가슴처럼
![]() |
▲ [이영의 시 맛보기-2009] 심국신-마음의 물결 |
[시]
마음의 물결
심국신
섬 처녀 사무친 멍울들
파도 되어 백령도 모래사장을 휘덮는다
아픔도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밀어(密語)가 되고
그녀에게 귀 기울이는 섬
백령도가 익어가고 있다
가끔은 엄마의 가슴처럼
가끔은 짐승의 포효처럼
그녀의 눈물샘을 조이고 펴고
노랗게 빨갛게 물들여간다
다람쥐도 귀뚜리도 숲속으로 길을 내는 시간
냄새가 물큰 하다
기억이 냄새 따라 걷는다
---------------------------------
처녀는 섬사람이다.
이 시에서는
육지에 대한 아련한 동경과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이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섬에 동화되어 자유인으로 사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무척이나 백령도를 사랑하는 자랑질임을 알 수 있다.
해변의 백사장에서 노을을 등지고 사색을 즐기는
로맨티스트를 눈으로 그려보거나
바다와 맞닿은 단풍 물든 백령도의 가을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상상이다.
서정성이 돋보이는 이 시가 시인의 투명한 마음을 읽게 한다. <영>
[ⓒ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