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의 시 맛보기 –2008] 박찬희-나를 읽어주세요

문화·예술 / 이영 기자 / 2020-08-21 04:40:45
나도 모르는 내가 있거든 체크 하면서
읽다가 파본이거든
환불해 드리니 괘념치 마시고
어색한 곳에는 교정부호를 남겨주세요

▲ [이영의 시 맛보기 –2008] 박찬희-나를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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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어주세요

 

 

 

 

박찬희

 

 

표지는 대충 그냥 넘기더라도

머리말은 조금 꼼꼼히

본문은 좀 자세히 읽어주세요

혼자 있을 때

몇 장 소일거리 삼아 넘기며

손끝으로 짚어가며 읽어주세요

적적하거나 무미할 때 들춰봐도 좋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펼쳐놓고

설렁설렁 말고 진중히 읽어보세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있습니다

때로는 밑줄을 그어도 좋습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책갈피를 끼우거나

필요한 때에는 접어두었다가

나도 모르는 내가 있거든 체크 하면서

읽다가 파본이거든

환불해 드리니 괘념치 마시고

어색한 곳에는 교정부호를 남겨주세요

당신이 읽는 한 나는 당신의 책

슬프거나 답답하거나 안타깝거나

혹은,

기쁘고 행복한 혹은, 그저 그렇더라도

한 질 전집으로 엮어진 내 모양 그대로이니

주저 말고 가져가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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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모티브로 해서 어떤 사고의 가치 중심을 말하고 있다.

그 내용은 내적 갈등의 주요한 메시지에 있다.

어색한 곳에는 교정부호를 남겨주세요

어떤 사물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보다는 본질에 의미를 두고

·간접의 다양성과 깊이에 접근한다.

기쁘고 행복한 혹은, 그저 그렇더라도

한 질 전집으로 엮어진 내 모양 그대로이니

그리고 독창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는 사물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시인의 배려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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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 문화예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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