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불필요한 여자』 -라비 알라메딘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6-02-08 05:39:13
주인공은 70대 여성 알리야…존재의 존엄과 고독의 의미를 묻다
가혹한 환경에 맞서 독서와 번역, 기억과 사유로 삶을 지탱
50년간 번역을 마친 책은 37권. 번역본은 세상의 빛을 본 적이 없다

 

   

2025년 전미도서상을 받은 레바논계 미국 작가 라비 알라메딘의 초기 작품이 번역 출간됐다. 작품의 주인공은 70대 여성 알리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오래된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는 그는 상처투성이 인물이다. 전쟁의 기억, 불우한 가족사, 배제와 침묵을 몸에 지닌 채 살아간다.

 

그러나 작가는 그를 결핍의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알리야가 무엇을 잃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놓지 않았는가이다. 자신을 둘러싼 가혹한 환경에 맞서 알리야는 독서와 번역, 기억과 사유로 삶을 지탱해간다.

 

그는 스물두 살 이후로 거의 매년 새해 첫날 새 번역을 시작해 연말이 되면 작업이 끝난 번역본을 상자에 넣는다. 50년간 그가 번역을 마친 책은 37. 다만 이들 번역본은 세상의 빛을 본 적이 없다.

 

세상은 그를 '불필요한 사람'으로 취급해도 그는 아무도 읽지 않는 번역을 계속한다. 알리야는 끊임없이 책을 통해 타인과 만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여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고독을 하나의 삶의 형식으로 선택한 알리야란 인물을 통해 존재의 존엄과 고독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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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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