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에 가득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만 다른 것을 쥘 수 있다"
-진정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위한 결심으로 ‘퀴팅(Quitting)’을 조언
-저자…이직 끝에 ‘시카고 트리뷴’ 기자로서 퓰리처상 수상
-“퀴팅은 패배자의 마지막 선택지 아닌 뇌가 보내는
구조신호에 대한 합당한 반응”
-그만둠으로써 죄책감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들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알려줘
누구나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다고 느낄 때,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얻었을 때 우리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느낀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선 속력을 늦추고 때로는 멈춰 설 필요가 있다. 내 인생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기 위해서는 지금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을 비워내야 한다. 두 손에 가득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만 다른 것을 쥘 수 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 기자였던 저자 줄리아 켈러는 『퀴팅』(다산북스)에서 진정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결심으로 ‘퀴팅(Quitting)’, 즉 ‘그만두기’를 조언한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저자는 오랜 고민 끝에 대학원 생활을 그만두고 탐사보도 전문 기자를 보조하는 인턴으로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작은 마을의 신문사에서 일했고, 이직 끝에 ‘시카고 트리뷴’에서 기자로서 최고의 이력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저자는 다시 기자를 그만뒀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의 첫 소설은 우수한 데뷔작에게 시상하는 배리어워드(Barry Award)를 받고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퀴팅’, 즉 그만두는 것이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특유의 취재력을 발휘해 전 세계에서 150여 명에 달하는 신경과학자, 진화생물학자, 심리학자 등의 전문가에게 ‘퀴팅’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헤쳤고, 퀴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략적 선택으로써 ‘퀴팅’의 유용성을 이야기한다. 책은 ‘퀴팅’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그만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그만두는 것이 도망이나 회피가 아닌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1부에서는 ‘퀴팅’이 얼마나 중요한 생존 전략인지를 새와 벌, 체조선수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준다. 퀴팅이 단순히 패배자의 마지막 선택지가 아닌 뇌가 보내는 구조신호에 대한 합당한 반응임을 알려준다. 또한 제브라피시, 생쥐, 집쥐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퀴팅’이 단순히 스위치 ‘OFF’ 상태가 아닌 뇌에서 얼마나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결정되는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퀴팅은 뇌에 있어서 에어로빅과 같다고 말한다. 뇌를 민첩하고 유연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방법과 목표를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때로는 기존에 하던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자주 해야 한다.
2부에서는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을 비롯해 그릿(Grit·끈기)을 설파하는 자기계발 산업의 논리를 파헤친다. 그릿만을 최상의 성공 조건이자, 인간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제한해 버리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릿에 대한 담론이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하지만 퀴팅은 ‘노력이나 끈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파한다.
3부에서는 퀴팅이 단순히 지금 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퀴팅은 망설이는 행위일 수도 있고, 새로운 목표를 좇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기간일 수도 있으며, 잠시 멈춰 서서 방향을 전환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니 퀴팅의 기술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퀴팅을 망설이는 이유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봄으로써 단순히 ‘그만둔다’는 결정을 뛰어넘어 퀴팅에 이르기까지 나만의 서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사실 그만둔다는 선택을 오롯이 나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 결정이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둔다는 것은 지금의 일과 관계에 연관된 사람들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만둔다는 결정에 대한 주위 사람의 시선과 기대, 평가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특히 내가 그만둠으로써 죄책감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들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무엇보다 SNS의 대중화로 모든 게 오픈된 사회에서 ‘퀴팅’이 공개됨으로써 벌어지는 상황을 다루어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필요함을 함께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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