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교육과 기술의 경주』 -클라우디아 골딘·로렌스 카츠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5-01-19 02:18:07
‘불평등의 급증은 테크놀로지 요인의 결과가 아닌 교육 성장의 둔화 때문’
20세기 마지막 30년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이 기술진보에 뒤처졌다고 지적
양질의 취학 전 교육 확대, K-12 단계 교육의 질 향상, 장학금 확충 등을 정책 제언으로 제시

 

     

 많은 이들이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불평등을 꼽는다. 관점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에 비해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난 30~40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로렌스 카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숙련을 중시하는(숙련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 기술 보유자(고학력자)들의 소득 비중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들에 따르면 오히려 숙련 기술 보유자의 공급, 즉 교육 측면이 약화됐던 것이 미국의 불평등 확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육과 기술의 경주’(생각의힘)에서 불평등의 장기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RBET)’라는 개념 체계를 제시한다. 이 책의 세 가지 키워드인 기술 변화, 교육, 불평등은 일종의 경주에서 서로 복잡하게 관련을 맺어왔다. 20세기의 첫 세 분기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으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공급 증가가 기술 변화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수요 증가를 능가했다.

 

그리고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동시에 불평등은 감소했다. 하지만 20세기의 마지막 20여 년 동안에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고 불평등이 빠르게 증가했다. 요컨대, 20세기의 앞부분에서는 경주에서 교육이 기술을 앞질렀고 뒷부분에서는 기술이 교육의 진전을 앞질렀다. 테크놀로지가 숙련 편향적이었다는 점은 20세기 내내 마찬가지였으며 테크놀로지 변화의 속도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불평등의 급격한 증가는 테크놀로지 요인의 결과라기보다 대체로 교육 성장의 둔화 때문이었다.

 

 이 책 1경제성장과 분배에서는 미국에서 교육 확대와 기술혁신, 격차 확대라는 세 가지 현상이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어떤 추이를 보였는지를 개관한다. 20세기 미국의 경제성장 배경에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향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출생 코호트당 교육 연수는 1950년대까지 순조롭게 늘어나 1960년대에 약간 정체하지만 그 후 다시 완만하게 상승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축소되던 경제 격차는 1980년대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이 중 하나의 요인으로 기술혁신 자체의 질이 숙련 편향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 신기술 도입, 생산 방식 변화, 노동 조직 방식 변화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학력,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학력 간 임금 격차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고숙련 노동력의 공급 부족, 즉 교육 확대의 속도 둔화다.

 

 2교육 대중화를 향한 세 번의 대전환에서는 미국의 교육 확대가 빠르게 시작된 까닭을 미국 교육 제도를 지탱하는 여섯 가지 미덕으로 설명한다. 이 여섯 가지 미덕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수많은 학교 지구, 무상교육, 비종파적인 공교육, 성별에 상관없는 공교육,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시스템으로, 모두 미국 특유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러한 교육 제도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생애에 걸쳐 직업을 바꿀 수 있게 해주고, 기술 변화에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해줬다.

 

 3경주에서는 교육 확대로 인한 노동력 공급과 기술혁신으로 인한 수요의 속도 경쟁으로 격차의 확대·축소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1915년부터 2005년 사이 대졸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1915년부터 1980년 사이 대졸 노동력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학의 임금 프리미엄을 낮췄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대졸 노동력의 공급 증가가 크게 둔화되면서 대졸 임금 프리미엄이 증가했고, 이는 교육 확대 둔화로 인한 고학력 노동력의 공급 부족이 격차 확대의 원인임을 시사한다.

 

 저자들은 20세기 초중반까지는 교육 발전이 기술진보에 앞서 있었지만, 20세기 마지막 30년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이 기술진보에 뒤처졌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녀의 학력이 부모의 학력을 뛰어넘는 세대 간 학력 상승의 추세가 멈추고,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인 자녀가 부모보다 잘살게 된다는 전제가 흔들리게 된 원인 중 하나다.

 

 두 저자는 미국 교육의 걸림돌로 탈중심화된 재정 시스템과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제도를 꼽는다. 이로 인해 지역별 교육의 질 격차와 저소득 지역의 공교육 문제, 교육의 질 저하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들은 양질의 취학 전 교육 확대, K-12(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단계 교육의 질 향상, 장학금 확충 등을 정책 제언으로 제시한다. 또한, 급속한 기술 발전이 노동의 성격과 일자리 수요를 어떻게 바꿀지,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데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생각의힘 출판사 측은 한국 역시 불평등과 계층 간 격차 확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기술혁신과 교육 접근성의 변화를 통해 격차 확대를 설명하는교육과 기술의 경주의 시점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진 경제 불평등의 양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의미하며, 단순히 미국사 연구라는 틀을 넘어 미국을 성장 모델로 삼았던 한국 사회에서의 격차나 교육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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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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