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달러 이후의 질서』 -케네스 로고프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5-11-03 02:57:19
달러의 위상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미래를 심층 분석
“2015년을 정점으로 달러의 독점적 영향력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
“달러 이후의 혼란 최소화 위해 미국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국 경제가 암호화폐 기반 결제 시스템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교수이자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케네스 로고프는 신간 달러 이후의 질서’(윌북)를 통해 달러의 위상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미래를 심층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부채위기 등을 예측한 경제 석학으로서,

그는 이번 책에서 달러 패권은 이미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단언하며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의 도래를 예고한다.

 

로고프 교수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달러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추적한다. 현재 달러는 글로벌 외환 거래의 90%, 원유 결제의 80%를 차지하며 압도적 지위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저자는 “2015년을 정점으로 달러의 독점적 영향력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근거로는 미국 GDP 대비 글로벌 경제 비중 감소, 천문학적인 국가부채(5경 원 이상), 트럼프 재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을 제시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속한 경제 연합체 브릭스(BRICS)의 위안화 결제 확대, 페트로위안화 시도 등 중국의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고프는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 장벽을 높이면 오히려 달러 이탈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 경고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자본이득세 인상(최대 20%)은 글로벌 자본 유출입을 위축시킬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법정통화와 민간 통화의 경쟁은 정부가 규칙을 정하는 게임이라며, 규제 권한이 없는 암호화폐가 장기적으로 승리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결제 수단은 지하 경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 이자 부담과 정치적 극단주의는 달러 신뢰도를 갉아먹는 내부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정책이 동맹국과의 균열을 초래하며 달러 블록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을 달러 이후 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꼽았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 조선업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은 조선업 선도국인데 왜 협력 대신 징벌적 조치를 취하느냐며 비판했다. 한국 경제가 암호화폐 기반 결제 시스템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몰락과 달리 한국이 혁신과 개방경제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점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 잡힌 전략을 주문했다.

 

로고프는 달러가 단기적으로 급격히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과거 70년의 특권적 지위는 점차 축소될 것이라며 다극화된 통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다고 예측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달러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한다.

 

로고프는 달러 이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금융 질서에서 독자적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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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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