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김건희 특검법’의 패러독스(Paradox)

안재휘의 시시비비 / 안재휘 기자 / 2023-12-31 03:58:38
‘마녀사냥’은 사람들의 잔인한 오락물이었다는 불편한 진실
‘찬성’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 군중심리의 가학성(加虐性) 읽혀
특검법’ 독소조항 시시콜콜 따지는 일, ‘격화소양(隔靴搔癢)’ 불과
시기까지 총선에 꿰어맞춘 거대 야당의 횡포 경악스러워
전용기 인도 여행·특활비 옷 구입 의혹…김정숙 의혹부터 특검해야
김혜경의 공무원 사적 이용과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도 특검 대상
‘다수결 원칙’의 힘, 정적 타격에 사용하는 몰상식한 일 막아야

 

 

마녀사냥(Witch-hunt)은 원래 중세 중기부터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북아프리카 일대에 행해졌던 마녀나 마법 행위에 가해진 형벌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인용하는 마녀사냥은 유럽 역사에 등장하는 대학살이다. 14세기부터 유럽에 불어 닥친 마녀사냥은 17세기까지 대략 20~50만 명의 사람들을 처형대에 올린 끔찍한 공개사형 참극이었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받던 잔 다르크도 마녀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당시의 마녀사냥이 사람들의 잔인한 오락물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인권 의식이 없던 당시에는 공개 고문과 공개처형은 고대 로마 콜로세움의 검투 경기처럼 재미있는 구경거리였고, 희생자의 고통과 잔인한 처형을 낄낄거리면서 즐기고 환호하는 잔혹한 놀이였다는 사실이다. 발가벗겨진 여성이 산 채로 매달려 화형을 당하는 장면은 당시 남성들의 최고 흥행거리이자 중독적 카타르시스 매개물이었다.

 

발가벗겨진 여성이 산 채로 화형당시 남성들의 최고 흥행거리

 

정권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민심 동요를 의식해 절대다수의 힘자랑을 자제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교체 이후 국회에서 단독으로 마구 권력을 휘두르는 일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 민심에 불을 지르려는 온갖 선동선전을 넘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위기 국면에서 수사와 재판을 조금이라도 지연시켜보려는 탄핵권 남용만 해도 심각한 의회 권력 농단이다. 그에 더하여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하여 특검법마저도 조자룡 헌 칼 쓰듯남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통령실이 즉각적으로 거부권의사를 밝혔지만, 야당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많게는 70% 안팎의 국민이 이 특검법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약점을 잡아채기가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거대 야당 민주당은 진작부터 영부인을 약한 고리라고 판단하고 집중 공격을 해왔다.

 

음모 모른 채 명품백 덥석 받았다는 의혹까지 얹혀서 곤경 처해

 

여론조사를 들여다보면 군중심리의 일종인 가학성(加虐性)이 읽힌다. 끔찍한 마녀사냥이나 검투 경기를 오락으로 여겨 광분했던 야만 시대의 잔혹한 심리 인자들을 정확하게 찔러댄 민주당의 용의주도한 선동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영부인 지위에 덧씌운 온갖 흉측한 음모들이 정확하게 효력을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검찰이 탈탈 털었다느니, ‘주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일반 투자자들은 모두 무혐의였다는 반론은 씨도 안 먹힌다.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일이 20244월 총선을 노린 암수였다는 분석은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런데도 소수 여당 국민의힘이 아무런 대응책도 구사하지 않았다는 패착이 새삼 거론된다. 더군다나 검찰이 민심의 역풍을 의식하여 김건희 여사에 관련된 수사를 종결짓지 않고 뭉그적댄 것 또한 실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불순한 기획의 산물인 줄도 모르고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덥석 받았다는 의혹까지 덤으로 얹혀서 곤경에 처해 있다.

 

국회의 헌법적 권한 이렇게 정략적으로 악용해도 되는지 의문

 

김건희 특검법이 품고 있는 독소조항들을 들어서 시시콜콜 따지는 일도 이 판국엔 고작 격화소양(隔靴搔癢)에 불과하다. 뭐가 됐든지 간에 다수가 횡포를 부리면 대책이 없는 게 잘 알려진 민주주의의 약점 아니던가. 민주당은 마지막으로 특검법을 통과시키면서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는 묘수를 쓸까 봐 대통령이 탈당해도 국민의힘이 특검 추천권을 가질 수 없도록 법안 내용을 수정하는 철저함까지 보였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건 악착같이 다하고 있는 양태다.

 

그런데, 이 시점에 우리가 정신 차리고 보아야 할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을 김건희한 사람에게 모으려고 하는 민주당의 끈질긴 선동 논리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그 시점이 2009~2012년 사이의 일이다. 무려 10여 년 전의 일이고, 윤 대통령과 결혼하기 이전에 벌어졌던 사건이다. 국기문란도 세금 도둑질도 아니다. 국회의 헌법적 권한인 특검권한을 이렇게 정략적으로 악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김정숙·김혜경 특검부터 먼저 하자는 주장, 지극히 상식에 부합

 

협잡꾼들의 장난인 줄도 모르고 명품백을 받은 김 여사의 알 수 없는 행동 구설수에 일부 보수언론들마저 손을 든 형국이다. 자신 있다면 받아야 한다는 논지까지 내놓는다. 그러나 특검 추천권, 피의사실 상시공표 등 시행내용에 더하여 특검 시기까지 총선에 꿰어맞춘 거대 야당의 횡포적 행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위기 방탄을 위해서 헌법적 권력을 악용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법꾸라지 행각을 하염없이 묵과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버킷 리스트 충족에 국고를 사사로이 썼다는 의혹 등 온갖 구설수에 올랐던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공무원 사용(私用)과 법인카드 불법사용 의혹의 김혜경 씨의 행각을 그냥 두고 김건희 여사에게만 이러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10여년 전 벌어진 주식투자 소란을 무슨 반국가 범죄라도 저지른 양 잡도리하는 이지메 폭력을 어떻게 온당하다고 용납할 것인가. ‘김정숙·김혜경 특검부터 먼저 시행하자고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에 부합하는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국가 예산을 사적 용도로 썼다면 국고 횡령에 해당하는 중범죄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악성이고 범죄 혐의가 농후한 대통령 배우자 의혹은 문재인 정권 시절 김정숙 여사의 과도한 해외여행과 특별활동비 유용 의혹이다. 해외 순방을 명분으로 유명 관광지를 섭렵했다는, 이른바 버킷 리스트논란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 김정숙은 밖에 나가선 꼭 관광 일정을 끼워 부부가 함께 혹은 김 여사 혼자라도 들르곤 했다. 아시아·유럽·남태평양에서 남미·아프리카까지 5대양 6대주의 이름난 관광지는 빠트린 곳이 없다.

 

김정숙이 문 정권 5년간 외국에 나간 횟수는 모두 48회로, 역대 대통령 부인 중 압도적 1위였다. 2018년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은 대통령 전용기를 혼자 타고 간 단독 방문했고, 마지막 날에 관광명소 타지마할 방문 일정까지 넣었다.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특활비로 옷·액세서리 등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무성했다. 국가 예산을 사적 용도로 썼다면 국고 횡령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그러나 지금껏 진상 규명 이야기는 철저히 눌러 묻어왔다.

 

김정숙·김혜경 특검도 대중의 마녀사냥 욕구와 가학성발동할 것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공무원 사적 이용과 법인카드 불법사용 의혹은 또 어떤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국민의 세금을 유용·횡령한 혐의가 명백하다. 민주당이 김정숙·김혜경 여사에 대한 또 다른 쌍특검을 받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래야 비로소 공정과 상식에 겨우 맞는다고 할 것이 아닌가. 작금의 행태는 그야말로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 딱 그 꼴이다.

 

예로부터 지도자는 공격하되 그 부인이나 가족은 지나치게 공박하지 않는 게 불문율에 가까운 미덕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사법위기를 방탄하기 위해서 공천목줄을 매단 민주당이 그 룰을 깨부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숙과 김혜경을 지켜주어야 할 이유 역시 깨끗하게 사라진 것이다. 김정숙·김혜경 쌍특검도 공론화한다면 대중의 마녀사냥 욕구와 가학성본능은 어김없이 발동해 찬성률이 폭발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민주당은 또 어떤 궤변을 늘어놓을 것인가. 형평성을 잃은 '정의' 주장은 결단코 '정의'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다짜고짜 끌어내어 즉결처분 강제하는 인민재판과 뭐가 다른가

 

이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이렇게 다수당이라고 해서 헌법적 권한을 당리당략에 악용하는 사례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아니, 어떤 경우에도 국회 다수당이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다수결 원칙을 정적 타격에 사용하는 몰상식한 일은 막아내야만 한다. 김정숙·김혜경은 괜찮고 김건희만 줄기차게 조리돌림하는 불합리한 세태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반이성적인 정치를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중죄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지구촌에서 사라진 마녀사냥이 횡행한다는 것은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정치권 내막에 무딘 대중의 가학성본능을 자극하여 만들어낸 무지한 다수여론을 무기로 선전 선동의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다짜고짜 끌어내어 허위 판결로 즉결처분을 강제하는 인민재판과 뭐가 다른가. 최소한, 선동정치꾼에 부화뇌동하여 성자에게 돌을 던진 어리석은 백성들처럼, 정의의 이름을 더럽히는 짓일랑 더는 하지 말자.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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