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성지 보문사 마애불서 '간송' 명문 발견

민족·역사 / 김영호 기자 / 2020-11-03 14:01:14
문화재청 이주민 감정위원 보문사 불상 조사 중 명문 발견
마애관음보살좌상 왼쪽에서 발견된 간송 전형필의 명문 ‘불기이구육사년정축오월일(佛紀二九六四年丁丑五月日)’ ‘병오생전형필분향근배(丙午生全鎣弼焚香謹拜)’라고 새겨져 있다 (사진=이주민)
마애관음보살좌상 왼쪽에서 발견된 간송 전형필의 명문 ‘불기이구육사년정축오월일(佛紀二九六四年丁丑五月日)’ ‘병오생전형필분향근배(丙午生全鎣弼焚香謹拜)’라고 새겨져 있다 (사진=이주민)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가운데 하나인 강화 석모도 보문사 마애불상에서 문화재수집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의 명문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이주민 감정위원은 지난해 7월 석모도 마애관음보살좌상을 조사하던 중 마애상 왼쪽에서 "1937년 5월에 1906년생 전형필이 향을 사르며 삼가 절한다는 내용의 "불기이구육사년정축오월일(佛紀二九六四年丁丑五月日) 병오생전형필분향근배(丙午生全鎣弼焚香謹拜)" 해서체 명문을 발견했다.

이 위원은 "큰 마애좌상 옆에 새겨져 누구나 볼 수 있는데도 주목되지 않았다. 일부보고서에는 명문 이름이 잘못 표기되기도 했다. 왜 무관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위원은 논문을 통해 구한말 장안 부자였던 간송의 집안이 부모대부터 불가와의 인연이 깊었음을 밝혔다. 간송의 양어머니 민씨는 불심이 깊어 관악산 연주암 괘불도, 지장시왕도 조성에 간송과 민씨 자신의 이름을 함께 넣어 불사에 동참한 기록이 전한다. 보문사 마애불에는 '전형필' 이름만 새겨져 간송의 단독 후원인 것을 보여준다.

간송에게 문화재를 알아보는 식견을 알려준 위창 오세창이 보문사 인근 전등사에 주련을 남겼다. 인천 송도에 있던 간송 집안의 별장은 간송이 강화도 일원 불사에 관심을 가졌음을 짐작케 한다.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한곳인 강화 석모도 보문사 마애관음불상 (사진=이주민)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한곳인 강화 석모도 보문사 마애관음불상 (사진=이주민)

 

이주민 위원은 마애불 벽의 '간송 전형필' 명문 외에도 마애불 밑그림을 그린 화승 이화응 등 금강산 사찰 승려들이 후원금을 모아 건립을 주도한 사실을 밝혀 공개했다. 금강산 불교문화가 강화도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위원은 "금강산과 강화도의 불교미술 교류에는 근대기 금강산 철도 개설과 금강산 관광 인프라 구축이 관련 있다"고 했다. 경성에서 금강산까지 소요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관광객이 급증했고, 철도 정차역 사찰을 중심으로 금강산-강화도의 불자들을 잇는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이 보문사 마애불 조성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주민 감정위원의 이같은 연구성과는 최근 발간된 학술계간지 <문화재> 2020년 가을호에 실렸다.

[ⓒ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이메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