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방송 미디어' 정책에 바란다

기고 / 김영호 기자 / 2023-01-03 15:07:33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이 땅에 라디오방송 첫 전파가 발사 된지 95년, TV방송은 67년이 된다. 그간 방송 미디어환경은 대변혁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라디오와 TV시대를 넘어 OTT(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 유튜브 등 신유형의 미디어 등장으로 기존 지상파TV의 점유율이 잠식당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은 초연결성, 초지능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 흐름속에 방송 미디어 분야의 이용행태, 변화 양상은 가히 혁명적이다.  

미디어계의 변화는 방송(지상파·케이블·IPTV·위성 등)과 OTT·개인소셜·MCN(Multi Channel Network)·디지털 사이니지 등 매스 미디어를 중심으로 서비스되고 생태계가 구축되어왔지만,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기술이 깊숙이 연계되면서 미디어 부분의 산업은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도 불구하고 관계법령이 제대로 통합 정비되지 못함으로써 동일
시장에 별도 법률 적용으로 규제수준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정체되고 있다. 방송환경은 이미 Post-Digital 시대로 진입했음에도 방송현장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마련된 법제도와 정책들이 그대로 규제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디어 발전과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미디어 플랫폼 대형화, 사업자 경쟁구도 다각화, 국내 방송시장 지형 변화로 영세한 규모에 자본력의 한계를 가진 국내 방송계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OTT 등 신유형 미디어가 빠르게 기존 방송시장을 잠식함에 따라 안정적인 시장 성장이 저해될 것으로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미디어산업은 넷플릭스, '디즈니+'와 '애플TV+' 등 미국의 거대 글로벌 OTT플랫폼들의  한국 상륙에 치열한 각축장으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막대한 콘텐츠와 자본력의 대형 미디어 기업의 진입으로 국내 방송계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과 국내 OTT사업자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미디어산업과 글로벌미디어와의 경쟁력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우선 국내 방송시장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소유겸영 규제 완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송환경변화 대응책의 근간이 되는 방송규제 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소유겸영 규제는 2009년 대기업의 지상파방송에 대한 소유 제한 완화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 독점과 집중을 방지하는 다양성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소유겸영 규제의 적실성(適實性)과 도입 취지를 재검토하고 전격적이고 심도있는 처방이 요구된다. 한국이 세계경제 10대 국가로서 거대 글로벌 미디어와 당당히 맞설 국내 방송사업자의 소유겸영 규모가 우선 시급히 고려돼야 한다. 

또한 유료방송계의 수익원인 방송광고 재원의 감소, 저가 티어, 요금 규제, OTT의 등장으로 가입자 이탈, 시청률저하 등 수익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따른 방송광고제도와 광고품목 개선으로 재원확보를 위한 규제개선이 요구된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제작비 253억원을 투자해 40배가 넘는 1조501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누렸다. 흥행수익과 저작권, 추가수익도 넷플릭스가 독식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갖는다"는 비판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미디어산업 구조상 국내 제작사들이 종속되거나 하청기지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K콘텐츠 경쟁력 확보 조건으로 작품저작권 확보가 시급하다. 최근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저작권법은 글로벌 OTT에서 영상이 상영된 횟수에 따라 창작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과 자국 내 수익의 20~25%를 현지 콘텐츠제작사업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을 수상하고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등 K-콘텐츠가 세계적인 약진을 하고 있다. K-콘텐츠의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내미디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제작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제조업과 과학기술 중심으로 규정된 R&D 세액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이 주요 선진국 대비 현저하게 낮은 1/10 수준이다. 국내 제작비도 미국 헐리우드에 비해 10분의 1에 도 못 미친다. 이제 방송영상산업은 국내 사업자 중심의 시장 구조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고용유발 효과와 부가가치율이 크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혀주는 막대한 유·무형의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다. 

현재 방송·정보통신(ICT) 정책과 규제기능이 각 부처별로 분산되어 ICT 콘트롤 타워 부재 현상을 보이고 있다. 칸막이식 매체 분류에 따른 낡은 규제체계의 합리적 개선이 시급하다. 방송·통신 관련 미디어 정책이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문화부로 분산되어 이중규제와 비효율성이 누적되어 왔다. 따라서 5G, 스마트폰, OTT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도입됐으나, 이에 대비하는 콘텐츠, 네트워크, 단말 정책들이 선제적·체계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미디어정책 중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가칭 '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를 서둘러야한다. 미래 비전 전략 수립과 규제체계 정비, 미디어 생태계 조성, 미디어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폭넓게 논의하고 각 영역을 총괄하는 정책기획 수립과 집행체계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란이 뜨겁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지금까지 수많은 비판과 개선안이 줄기차게 논의되고 제시되어 왔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또다시 엎치락 뒤치락을 번복해 왔다. 여·야 합의된 법안이 여·야가 뒤바뀌는 순간 그 합의 법안은 휴지조각으로 날려버렸다. 또다시 지난 12월 2일 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면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은 전리품처럼 이리저리 흔들렸고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 몫이다. 이젠 공영방송은 국민에게 온전히 돌려줘야한다. 국민이 수긍할 합의안 도출이 순리다. 여·야가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  

현재 미디어시장은 OTT 등 새로운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 디지털 기술 발전 및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유례없는 환경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 방송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방송의 공적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전반을 아우르는 혁신성장의 기반을 갖추는 동시에 미디어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방송 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 혁신이 필수적이며,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도적 틀을 구축하기 위한 기존 규제의 혁신이 요구 된다. 

미디어 융합시대에 미디어 공공성 회복의 중대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성과 산업성의 조화 규제와 진흥의 일원화, 생태계 차원의 상생 그리고 정책과 정치적 중립의 전제가 선결과제이다. 미디어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시장에 따른 이용자의 수용 양식과 이용자 주권 개념으로의 정책 접근 방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미디어의 도전 속에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게 기대되는 시대적 상황이다.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여 해소하기 위해서 관련사업자와 유관기관, 학계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 

작금 유사언론의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려 국민을 혼란케 만들고 사회기강을 흐리기도 한다. 미디어기업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올바른 미디어 순기능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건강한 미디어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출처 : 내외뉴스통신(http://www.nb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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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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