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이재명은 ‘무죄(無罪)’다?

안재휘의 시시비비 / 안재휘 기자 / 2023-10-09 15:51:03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재명의 천박한 욕설
체포동의안 가결, 구속영장 기각…어지러운 국민
더불어민주당이 부끄러워해야 할 현상, ‘한둘’ 아냐
‘개딸’ 신드롬은 대한민국 정치 폭망(爆亡)의 예진
온갖 정치적 혼돈, 결국은 우리 민도(民度)를 대변할 따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 “24일간 제대로 단식한 거 맞나?”

 

 

▲ 정치권 등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쏟아진 범죄혐의 총정리

 

내 기억 속의 이재명은 누구인가. 그에 대한 기억의 첫 번째 칸에 붙박이로 남아있는 것은 그가 형수에게,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자신의 형에게 마구발방 퍼붓던 천박한 욕설이다. 입에 담기도 힘든 그 패륜 욕설을, 한 편의 영화 상영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포악질해대는 그 녹음을 듣는 순간 우선 귀를 씻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아기 시절 똥오줌을 구분하지 못하던 때의 철없는 일탈로 유추하기에 그는 나이가 많았고, 욕질은 너무나 잔인하고 찰졌다.

 

그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독한 언변으로 사이다 발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모을 때만 해도 참 독특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었다.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고, 소년 기계공 생활을 하다가 자수성가해서 고시까지 패스했으니 그 스토리만으로도 그는 대단한 인물이다. 아무나 그렇게 살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가 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사실 세세히 알지 못한다.

 

그 어간에 일어난 배우 김부선과의 외도(外道) 해프닝은 상당한 흥밋거리였다. 세계사에 나오는 유명 정치인들의 스캔들 역사에 비춰보면 3류 잡담거리에 지나지 않을 가십이지만, 김부선의 처지에 비춰보면 간단히 넘길 우스갯거리는 또 아니다. 뭇사람들이 공짜 연애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대다수 정서도 그에게 박절할 것으로 예측된다. 핵심은 그가 총각이라고 김부선을 속였다는 대목이다. 적어도 그 부분에는 이재명의 저급한 인성 수준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기억 속의 이재명형수에게 퍼붓던 천박한 욕설 이미지

 

정치권에서 자금의 뒷받침이 없어도 유망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잠꼬대이거나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든다. 더욱이 다른 직분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정치자금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최소한 천문학적 액수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야말로 숨 쉬는 일마저도 돈이 들어가는게 대권 정치다.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다고 무리하다가 돈 문제로 망가지는 정치인들도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민주당 외방에서 떠돌던 이재명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관록의 호남 출신 이낙연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머쥔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뒤늦게 일부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를 뒷받침한 정치 전략의 핵심에 용의주도한 모사(謀事)가 작동했을 것임은 가늠이 충분하다. 그리고 경선 과정에서의 폭로, 그리고 그 이후 검찰의 수사로 노정된 많은 혐의를 통해서, 적지않이 들었을 정치자금이 어떻게 조달됐을 것인가는 이심전심으로 유추가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장만해 놓았을 것이라고 상정되는 무수한 저수지 가설(假說)들이 사실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조달하고도 남았으리라는 게 호사가들의 한결같은 추측이다. 대선 이후 수사를 통해서 드러나는 그의 혐의들은 하나하나 놀랍도록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대략 외유를 떠나곤 하던 다른 대선 패자들과는 달리 이재명은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 송영길이 지역구를 갖다 바쳤고, 국회에 입성해서는 당대표직이라는 튼실한 방탄조끼를 꿰찼다. 뒤늦게 불거진 송영길의 돈 봉투 살포난리법석은 또 뭔가.

 

영장 기각을 대법원 무죄판결인 양 으스대는 방자(放恣) 하늘 찔러

 

얘기가 한없이 길어질 것이므로, 이재명이 받고 있는 숱한 혐의들을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일은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그리고 그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뜻밖으로 기각된 일은 예측한 이가 별로 없을 정도의 큰 이변이다. ‘혐의는 소명되지만, 이재명이 제1야당의 대표이므로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어서 구속을 기각한다는 유창훈 판사의 해괴한 판결 요지는 한껏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언(法諺)이 영락없이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그다음이 문제다. 유창훈의 기각 판결을 대법원 무죄확정판결처럼 욱대기고 으스대는 이재명과 민주당의 방자(放恣)가 하늘을 찌른다. 유창훈의 기각 결정은 오히려 많은 문제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토록 중대한 구속영장의 방대한 자료를 단 한 사람의 판사가 하룻밤 사이에 검토하고 판결하는 사법 시스템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으뜸이다. 가령 징역 10년 이상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최소한 3인 정도의 합의판결 체제를 구축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가 많다.

 

물론 이념으로 무장한 판사 집단이 법원을 장악해 정치와 은밀히 결탁하는 전통적인 구조부터 심각한 하자이긴 하다. 적어도 법원에 관해서는 대법원장이 누구이기 때문에 그런 인사가 이뤄지고, 그런 판결이 나온다는 편견이 설득력을 얻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이재명이 한사코 시대에 뒤떨어진 '영수회담(領袖會談)' 꼼수를 시도하는 것도 삼권분립의 나라에서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뭘 어떻게 바꿔먹자는 심사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지팡이를 짚고 국회에 나와 채 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

표결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연합

대법원장 성향 따라 인사·결이 좌우되는 나라 돼선 안 돼

 

요 몇 해 더불어민주당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나라 민주화를 주도한 자랑스러운 정치세력의 본산으로서 쌓아온 온갖 공덕을 하루아침에 까먹고 있다는 실망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나라 정치의 암종(癌腫)팬덤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이라는 이재명 전위부대에 휘둘리는 현역의원들의 행태는 참담하다. 문자 테러라는 신종 조직폭력  앞에 전전긍긍하는 그들에게서 선량(選良)의 품격이란 흔적조차도 찾기 힘들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시종일관 조작(造作)’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가정이지만, 손가락으로 꼽기조차 힘든 숱한 중대범죄들이 정말 모조리 조작이라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유관 사건으로 이미 구속돼 재판받는 중인 이재명 주변 사람들도 검찰이 조작 수사로 판사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아니, 이재명과 연루되어 그의 일을 맡아준 이력 때문에 몰리다가 죽은 사람들도 모두 검찰의 조작을 못 견뎌서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만일 민주당의 주장대로 검찰이 거대한 사건 조작집단이라면, 이 나라는 망해야 옳다. 그의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터럭만큼도 죄가 없는 무죄(無罪)’ 혐의자라고 믿고 부르대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만에 하나 그들의 주장과 믿음이 참이라면 이 나라는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 국회 절대다수의 정당 대표를 그렇게 범죄 조작으로 죽이려고 드는 검찰 권력 앞에서 장삼이사 국민들이란 도대체 무슨 힘을 쓰겠는가 이 말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이 사건 조작집단이라면, 이 나라는 망해야 옳다

 

그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백번 옳다. 오늘날 온갖 포퓰리즘으로 떡칠이 된 정치풍토, 천박한 팬덤정치에 함몰된 정치문화, 더러운 금권정치의 영향 속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부박한 정치 역학, 여론 조작의 술수들만 날로 발전하는 사술(詐術) 정치의 횡행, 나라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이해관계의 늪에서 도무지 헤어 나올 줄 모르는 유치한 정치윤리. 우리가 보고 겪고 있는 온갖 정치적 혼돈들이 결국은 우리 국민의 수준을 대변할 따름이라면, 이야말로 통탄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수많은 혐의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을 무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 적지 않다. 대다수의 경우는 이해관계의 연장선상에서 그렇게 강변하는 듯하다. 세밀하게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이익이 있으니까 눈 딱 감고 청백 응원전을 벌이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나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폭력마저 불사하는 개딸들의 행태를 보면 지난 1987년 옛날 용팔이사건마저 떠오른다. 그 깡패들은 결코 공짜로 용력을 동원해서 무법천지를 만든 게 아니었다.

 

이재명은 무죄가 될 수도 없고, 무죄가 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을 이렇게 갈라치면서 무한히 고통스럽게 하고 있으니 이미 그는 유죄다. 그가 만약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존재라면, 그와 민주당의 주장대로 모든 혐의가 검찰의 소설이라면 이 나라는 대체 어찌되겠는가. 도대체 말이나 되는 억설인가.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깨어나야 한다. 깨어있는 국민이라야 미래가 있다. 제발 색안경을 벗고, 외눈박이가 아닌 양눈박이로 눈을 뜨고 투명한 동공으로 세상을 보자. 빌붙어 먹고사는 일이 아무리 소중해도 한 번쯤은 나라의 앞날도 좀 헤아려야 할 것 아닌가.

 

지팡이 든 그를 보면서 왠지 농락당하고 있는 느낌은 오직 나뿐일까

 

기억의 첫 번째 칸에 붙박이로 남아있는 이재명의 포악한 욕설 이미지에 또 하나의 이미지가 포개지고 있다. 그는 정말 24일간이나 목숨을 걸고 진정성 있게 단식을 한 게 맞을까. 병원에 입원한 채로 지팡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할 일을 다 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왠지 농락당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게 오직 나 하나만의 감상일까. 야속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풀리지 않는 이 합리적 의문을 도무지 버릴 수가 없다

“이재명이 24일간 제대로 단식한 거 정말 맞나?”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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