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양향자·이상민 등과 함께 ‘제3지대 빅텐트’ 구상
민주당, 계파 불문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비판 목소리 결집
친이낙연계도 “당황스럽다” “너무 서두른다” 공개 비판
성공적인 창당 못 하면 ‘이낙연 정치’ 명맥 유지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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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 선언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3개월 앞둔 1월15일을 목표로 신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총력저지' 모드에 돌입했다. 또 한번의 '명낙대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정치권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이낙연 신당은 원내·원외를 가리지 않고 여야 거물급 정치인과의 접촉을 지속하면서 '제3지대 빅텐트'를 도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5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내년 1월15일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의 법적 사퇴 시한(1월 11일)과 구정연휴가 시작되는 시점(2월 9일)을 고려해 '디데이'를 정했다는 설명이다. 더 늦출 수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되는 '호남 지역', 그리고 '수도권'을 주된 지지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되거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밀려난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무소속 의원, '비명계'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 윤영찬 의원을 비롯한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과 꾸준히 교감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제3지대 빅텐트'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등과 '연대 의사'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전날 KBS라디오에서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과는 뜻을 모을 수 있겠다는 여지를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도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 간의 만남이 신당으로 이어진다면 총선을 앞두고 유의미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내부에서 부정적인 판단이 커지면서 무산되는 흐름이다.
민주당내 반낙전선 구축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독자 행보에 시동을 걸었지만 실제 신당 창당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친이낙연계서도 회의론이 팽배한 데다,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와 창당 노선이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창당 움직임에 민주당 내부선 반낙(반이낙연)전선이 구축되는 모양새다. 그간 이 전 대표에 대응을 자제해온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가세하면서, 계파를 불문하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결집하고 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전날 이 전 대표를 비판하며 신당 창당 선언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더미래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당대표와 민주정부의 총리까지 역임하신 이낙연 전 대표께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함께 했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더미래 소속이자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창당 선언이 나온 순간부터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싸워야 할 적이 됐다"며 "특히 이 전 대표의 '제1당 목표' 발언은 내년 총선서 제1당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 아니냐. 이제 당이 똘똘 뭉쳐 이 전 대표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뿐만 아니라 친낙계에서도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친낙계 좌장으로 꼽히는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한 통화에서 "이 전 대표에게 신당 창당은 절대 안 된다고 만류했다"고 전했고, 이 전 대표 측근 이병훈 의원도 기자회견서 "신당은 제1야당 민주당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친낙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SNS를 통해 "하나된 민주당만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지지기반인 광주·호남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긴 매한가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손잡고 윤석열 독주정권에 투쟁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고, 조오섭 의원도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은 윤석열 정권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윤 정권을 심판하라는 민의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명계로 여겨지는 당내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조차 이 전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원욱 의원과 조응천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창당 행보를 두고 "당황스럽다" "서두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원칙과상식은 탈당이 아니라 당 내부서 변화를 꾀해 보겠다는 계획인데, 이 전 대표 행보로 인해 원칙과상식 진정성까지 왜곡되는 것이 싫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이 전 대표와 한 데 묶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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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6월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더불어민주당 설훈, 윤영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국민 여론, 부정적 민심 높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심의 신당 창당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여론이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71%나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12월2주 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 중심 신당 창당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가 46%로 나타났다. '좋게 본다'는 의견은 34%였다.
이 전 대표의 신장 창당에 대해서는 지지 성향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부정이 71%로, 21%인 긍정에 크게 앞섰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54%로 부정(27%)보다 많았다.
신당 창당 성패에 이낙연의 정치적 미래 걸려
이낙연의 신당 창당 모험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의 정치생명은 회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지 않아도 권력의지가 약하고 추진력이 부족한 것이 정치적 약점으로 지적되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 거사(?)마저 무위로 돌아갈 경우 대중이 먼저 그에 대한 기대를 모두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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