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무한한 성장이 아니라, 끝없는 성숙(成熟)이다.
온전한 삶을 사는 데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능력만 갖추면 족하다.
(1) "제 스스로 삶을 감당할 수 있는 힘"
(2)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갈 힘".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 측은지심이다.
우리는 조금만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는데 늘 후회한다.
사람을 섬기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산다는 것은 어떤 약속을 지키는 것의 연속이다.
그렇게 살다가
그날
주어진 일을 하다가 죽는 거다.
특별한 삶, 특별한 죽음은 없다.
2023년도 벌써 거의 다 지나갔다. 한 해 동안 나는 나름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내가 할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건 틈나는 대로 <인문 일지>를 쓰는 일이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발산이 되고, 그 양만큼 수렴하는 시간이 요구되었다, 그만큼 독서와 관찰이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또 그 양만큼 안목과 시선이 높아지고, 세상에 대한 문해력이 늘어났다. 이게 일상의 소소한 기쁨으로 이어졌던 거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아는 사람은 또 그만큼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게 되고 마음도 평화로워진다. 더 나아가, 사소한 일들이 쌓여서 인생이 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나만의 임무를 깨닫게 되고, 초조함과 조급함이 사라졌다.
이게 삶의 성숙이 아닐까? 과거는 해석에 따라 바뀐다. 미래는 결정에 따라 바뀐다. 현재는 지금 행동하기에 따라 바뀐다. 바꾸지 않고 고집하면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목표를 잃는 것보다 기준을 잃는 것이 더 큰 위기이다. 인생의 방황은 목표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준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무한한 성장이 아니라, 끝없는 성숙(成熟)이다. 와인이 숙성될수록 좀 더 나아지는 것처럼, 삶도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지게 하여야 한다. 사는 것은 '한 방', '대박'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익어가는 것이다. 만날수록 삶을 더 즐겁게, 더 만족스럽게 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내가 당신 때문에 인생이 더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인생의 10%는 내게 일어나는 일로 결정되지만, 나머지 90%는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다."(스티븐 코비) 오늘도 여러 가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대응하는 것과 반응하는 것은 다르다. 반응한다는 것은 다소 본능적인 대처를 말한다. 반응이 아닌 대응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응수하는 건 누구나 하는 조건 반사에 불과하다.
▪ 우선 침착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일단 참는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훈련이다. 충분한 숙고를 통해 안정된 상태에서 대응해야 한다. 평정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대응을 잘 할 줄 아는 인재가 더 돋보인다.
▪ 방향을 바꾸어 주도권을 가져온다. 나 만의 언어로 주도할 수 있게 단호하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 대응하는 패턴의 삶을 바꾼 후 달라진 결과를 즐긴다. 겉으로 보아 모양이 빠져도 실속을 챙기는 건 이런 대응을 잘 하는 사람이다.
배철현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오늘'이란 시간을 후회 없이 지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물으면서, 이런 말을 한다. "최선의 삶을 위해 나에게 주어진 오늘은 일상(日常)이다. 내가 그 일상을 응시해 최선을 발견한다면, 그 일상은 특별한 일상인 비상(非常)이 된다. 만일 내가 그 일상을 방치하거나 흘려보내면, 그 일상은 진부(陳腐)가 된다." 비상과 진부의 차이, 그거 참 크다.
비상이란 내 안에 숨겨진 천재성을 작동시키는, 나를 몰입시키는 위급이다. 인간은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는 힘을 발휘한다. 진부란 자신이 무엇을 지녔는지 모르는 상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기(肉)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기를 소화해 에너지를 만들지 않는다. 그가 하는 일이란, 그 고깃덩이를 타인에게 진열(陳列)하는 자랑하는 일이다. 고기는 서서히 부패(腐敗)한다. 그는 서서히 진행되는 부패의 악취에 취해, 자신의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밴 줄 모르고 자신도 모르게 부패한다.
모든 삶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태어난다. 그 삶의 숙제를 잘하려면 우선 다음 두 개의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일상을 영위하면 된다. 삶에 필요한 단 두 가지의 능력, 더 나아가 온전한 삶을 사는 데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능력만 갖추면 족하다.
(1) "제 스스로 삶을 감당할 수 있는 힘"
(2)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갈 힘".
첫 번째로, "자기 스스로 삶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자신에게 닥쳐오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기꺼이 제 스스로 해결하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 한마디로 제 삶의 주인이 되어 그 주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 그것은 때로 도전과 역경 앞에 바위처럼 맞서는 용기와 내면의 힘을 갖추는 것이지만,
▪ 한편으로는 겨울을 만나는 독사처럼 물러설 줄 아는 지혜를 포함하고 있는 힘이다.
▪ 또한 필요와 상황에 따라 내어줄 것을 내주면서 협력하고, 홀로 만의 문제가 아닐 경우에는 연대를 이끌어내고 기꺼이 연대할 수 있는 관계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제 스스로 삶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은 온전한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두 번째로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 측은지심이다. 즉 사랑, 자비라는 말이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결여되면 자신이 준 것과 받지 못한 것에만 집착하게 된다. 이런 피해의식이 방어기제로 작동하면 측은지심이 사라진다. 측은지심이 사라지면, 이런 시스템에 동의하게 된다.
▪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무한대의 빈부의 격차를 인정하는 신자유주의에 동의하게 된다.
▪ 자본주의가 창출할 수 있는 최악의 버전은 기본적으로 상위 1%를 위한 하위 99%를 착취하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배제된 이념이자 체제이다. 체제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측은지심이 있어야 한다. 측은지심을 현대식으로 말하면 공감 능력이다. 이것을 신앙적으로 말하면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할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조금만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는데 늘 후회한다.
그래서 기독교가 주장하는 사랑, 믿음 그리고 소망 가운데 가장 으뜸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랑은 따뜻함이다. 사랑은 불이다. 그래서 와인은 사랑이다. 이 우주의 원동력도 사랑이다. "사랑이 세상을 움직이며, 사랑만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입니다"(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사람을 섬기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내가 물질뿐만이 아닌 마음으로, 삶으로, 타인을 섬기는 도구가 되어 사랑을 실천한다면, 그 힘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한 해가 다 지나가는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을 불러본다.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김지향
그대는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릴 때만
빛나는 이름
사람의 무리가
그대 살을
할키고 꼬집고 짓누르고
팔매질을 해도
사람의 손만 낡아질 뿐
그대 이름자 하나
낡지 않음
하고 우리들은 감탄한다.
그대가 지나간 자리엔
반드시 자국이 남고
그대가 멈추었던 자리엔
반드시 바람이 불어
기쁘다가 슬프게 패이고
슬프다가 아픔이 여울지는
이름
그 이름이
가슴에서 살 땐
솜사탕으로 녹아내리지만
가슴을 떠날 땐
예리한 칼날이 된다
그렇지 그대는
자유주의자 아니 자존주의자이므로
틀 속에 묶이면 자존심이 상하는 자
틀 밖에 놓아두면
보다 더 묶임을 원하는 자.
그대를 집어 들면
혀가 마르거나
기가 질려 마음이 타버리거나
한다고 우리는 때때로 탄복한다
그렇지 사랑의 이름이
사랑이기 때문.
실은 사랑이 슬픔 속에 자라지만
기쁨 속에 자란다고 진술한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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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표 교수 |
<필자 소개>
박한표 교수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겸임교수 )
공주사대부고와 공주사대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취득 후 프랑스 국립 파리 10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 문화원 원장, 대전 와인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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