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기고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온 국민의 비극
어느 쪽이든 한쪽이 축포를 올릴 축제 사유 아냐
야당의 안하무인 폭거, 부정선거 논란 최우선 해결을
스포츠 금언 중에는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한 부분’이라는 말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몰고 온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이 제아무리 고급 논리의 영역이라고 해도, 우리 삶을 제약하는 최상위의 규칙인 만큼 상식을 현저히 벗어나서는 안 된다. 국가사회의 최대 공약인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탄핵정국에 불거진 치명적인 문제들까지 그냥 덮어선 안 된다. 드러난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승복해야 한다는 말이 횡행한다. 백번 옳은 주장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마치 운동경기 결과 승복과 같은 뜻이라면 절대로 옳지 않다. 그러기에는 재판의 무게가 한없이 무거웠고, 탄핵 심판 과정은 너무나 비상식적이었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되새기고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온 국민의 비극일 따름, 어느 쪽이든 한쪽이 축포를 올릴 축제 사유는 아니다.
내란죄를 철회한다고 해놓고도, 헌재 결정문은 마치 내란죄 형사재판을 한 듯 12.3 계엄을 형사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심각한 모순이 지적된다. 재판 도중 조작이 드러난 검찰에서의 피의자 증언들도 모두 인용의 근거로 사용해 피청구인의 주장은 씨알도 안 먹혔다는 인상이다. 역대 세 차례나 발생한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하필이면 우파 정권 대통령만 두 명이나 중도 하차하는 비극이 발생한 현실이 야속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드러난 허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됨으로써 엄혹한 책임을 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던 야당의 안하무인 폭거는 무슨 수로 바로잡나. 가장 화급한 것은 ‘부정선거’ 의혹이다. 한시바삐 선거관리 시스템부터 샅샅이 검증해 털어내고 혁신해내야 한다. 그걸 못한 상태에서 60일 안에 치른다는 조기 대선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랴. 의혹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깨진 물독에 바보같이 또다시 물을 붓는 격이다.
중앙선관위의 앵무새 같은 변명에 힘을 실어준 헌재의 탄핵 판결문은 심각한 오류다. 법관들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게 돼 있는 우리 시스템의 치명적인 모순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헌재와 대법원이 선관위와 ‘한통속’ 아니냐는 비탄이 쏟아진다.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들여다보면 완전무결해야 할 선거 시스템의 하자는 거의 절망적이다. 절반 또는 그 이상의 국민이 선거 시스템을 의심하고 있는 판국이다. 이대로 그냥 가서는 안 된다.
국제 관세 전쟁에 안보 위협까지, 나라 안팎이 지극히 위태롭다. 갈 길은 천 리 만 리인데, 다리가 심각하게 마비된 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바늘을 허리에 매어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이 다른 민심을 억누르는 방식이 아닌, 대화와 양보와 타협으로 이견들을 극적으로 통합해나가는 정치가 돼야 한다. 대통령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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