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기준 필요성 대두

헬스/미용 / 임수진 기자 / 2025-12-16 11:57:44
서양과 다른 한국인 환자의 임상 양상 발견
기존 외국 진단 기준으로는 정확한 진단 어려워
얼굴 인지 장애와 탈억제 증상 두드러져
새로운 진단 기준 개발 위한 연구 확대 계획

6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11개 병원에서 모집한 225명의 전두측두엽치매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환자들이 서양 환자들과 다른 임상 양상을 보이며, 기존의 외국 진단 기준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환자에게서 얼굴 인지 장애와 탈억제 증상이 두드러졌다.

 

 

전두측두엽치매는 주로 50세에서 65세 사이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퇴행성 치매로, 성격 변화와 감정 둔화, 언어 기능 저하가 특징이다. 특히 우측 측두엽변이 전두측두엽치매(rtvFTD)는 얼굴 인식과 감정 반응에 문제가 생기지만, 국제적으로 통일된 진단 기준은 아직 없다.

 

연구진은 네덜란드의 Amsterdam 진단 트리(ADT)와 미국 UCSF의 sbvFTD 기준을 한국에 적용해 본 결과, 한국인 환자들은 서양인 환자에 비해 기억장애, 우울증, 공감능력 저하, 강박적 사고가 적게 나타났다. 대신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거나 충동적인 언행과 행동을 참지 못하는 탈억제 증상이 자주 관찰됐다.

 

 

MRI 분석에서는 얼굴 인식 기능과 관련된 우측 측두엽 및 방추회 부위의 위축 패턴이 한국인 환자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은주 교수는 “한국인 환자의 임상 표현 양상과 문화적 행동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 국제 기준만으로는 우측 측두엽변이 전두측두엽치매를 조기에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진단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영호 뇌질환연구과장은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감정이 둔해지는 변화는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한국인의 임상 양상을 반영한 새로운 진단 기준 개발을 위해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성과는 국가 주도로 구축한 코호트가 실제 진단 기준 검증 및 치매 아형 분류 연구에 활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형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기준 개발의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하며,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진단 기준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는 치매 조기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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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 문화예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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