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불 명백한 ‘인재’, 기후변화 재난 변명 설명 안 돼
드론 등 항공·위성 감시 대폭 늘리는 방법부터 모색해야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산불 피해 앞에서도 정략 놀음
백가쟁명 다 맞을 수는 없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들을 말도 아냐
실화 예방과 함께 산불 방화(防火)·소방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영남권을 중심으로 국토를 광범위하게 휩쓸고 있는 산불이 새로운 형태의 국가재난으로 변질되고 있다. 산지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대형 산불이 강풍 등 또 다른 자연현상과 맞물리면 상상 초월의 재앙으로 번진다는 사실이 역력히 입증되고 있다. 이미 수년래 대형 산불의 충격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전방위적 방재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예방에서 진화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이고도 과감한 일대 혁신이 시급하다.
이번 초대형 산불로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에서만 사망 26명, 중상 4명, 경상 29명 등 5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일은 통탄할 비극이다. 우리 국가사회의 대비태세가 얼마나 허술했기에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지, 어이가 없다. 우리는 여전히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재난대책 속에서 하늘에다가 안전을 맡기는 야만적인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닌지 가슴이 미어진다.
이번 산불은 명백한 인재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재난이라는 변명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산불 발생과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방화설은 일단 배제하고라도 우리 강토에 이렇게 많은 실화(失火) 가능성이 현존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CCTV를 설치하고 산불감시원을 두고 애를 쓰지만 어림 턱도 없다. 드론 등을 포함한 항공·위성 감시를 대폭 늘리는 방법부터 모색해야 한다.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산불 피해 앞에서도 정략 놀음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0일 제안한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안을 놓고도 여야 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정부의 산불 피해 지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소상공인 등 민생지원이라는 추경 편성 방향을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35조 원 추경안을 주장해 온 야당은 추경 목록에 대한 당위성 등을 ‘송곳 검증’하겠다고 딴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은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야당이 일방 삭감한 2조 원대 규모의 예비비를 전액 복구하고, 올해 남은 기간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추가 재정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비비와 각 행정 부처에 재난 대비액 4조8700억 원 정도 재난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고 이재명 대표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예비비로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백가쟁명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화마가 할퀴고 간 피해지역을 뒤늦게 돌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힘없는 백성들은 딱한 눈물 바람만 거듭할 따름이다. 진화용 헬기가 절대 부족하다, 낙후된 개인 진화 장비가 문제다, 산불 진화 인력 동원도 어림없는 수준이다, 임도 설치비율이 너무 낮다, 한사코 불에 잘 타는 소나무만 심어댄 산림정책이 원흉이다….
다 맞을 수는 없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들을 말도 아니다. 급변하는 가상환경에 잇대어 봄철 산불을 중심으로 시시때때로 산불이 발생하고, 한번 일어났다 하면 초대형으로 번지는 추세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순위에 놓고 방재 대책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실화 예방을 위한 철저한 조치들과 함께 최신 산불 방화(防火)·소방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재난 앞에 쩔쩔매다가 안타까운 희생에 머리나 조아리는 어리석고 초라한 행태를 거듭해서는 안 된다. 같은 비극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천하 바보짓이 아니고 무엇이랴. 잔불이 일으키는 재발화 불티가 조속히 완전제압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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