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사경과 조선 불화, 일본에서 귀환하다

민족·역사 / 안진영 기자 / 2025-07-08 11:25:36
고려 시대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 700년 만에 국내로
조선 전기 '시왕도', 일본 경매에서 낙찰 후 환수 성공
환수된 유물, 한국 불교미술의 우수성 알릴 기회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보존과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 계획

고려 사경과 조선 불화의 걸작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 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환수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시왕도’를 공개했다. 이 유물들은 고려와 조선 전기의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수백 년의 세월을 거쳐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1334년 고려 시대에 제작된 사경으로, 감색 종이에 금니로 필사됐다. 지난해 10월 소장자가 국외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존재가 확인됐고, 국가유산청과 국외재단의 협력으로 올해 4월 국내로 환수됐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변상도

 

이 사경은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의 주본 80권 중 제22권을 옮겨 적은 것으로, 비로자나불이 도솔천궁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표지에는 금·은니로 그려진 5송이의 연꽃이 배치됐고, 넝쿨무늬가 연꽃 송이를 감싸고 있다. 발원문에는 원통 2년(1334년) 정독만달아가 부모님과 황제 등의 은혜에 감사하며 화엄경 81권 등을 사성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소장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권15’의 발원문과 내용이 일치해 동질의 화엄경임을 알 수 있다.

 

‘시왕도’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국외재단이 2023년 8월 일본 경매 출품 정보를 입수한 후 국가유산청과의 협력을 통해 낙찰에 성공해 지난해 11월 국내로 환수했다. 

 

이 작품은 조선 전기 완질 시왕도 2점 중 하나로, 일본인 수집가 이리에 다케오의 ‘유현재선한국고서화도록’에서 소개된 바 있다. 각 폭의 화기에는 제작 시기는 없으나, 시주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민간 발원으로 조성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시왕도 전체 10폭

 

‘시왕도’는 저승에서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시왕을 그린 그림이다. 이번 환수본은 총 10폭으로 구성돼 있으며, 1폭당 1명의 시왕과 지옥 장면이 그려져 있다. 

 

제5염라왕도와 제6변성왕도는 기존에 알려진 도상과 다른 독특함을 보여준다. 제5염라왕도는 염라왕이 주관하는 지옥을 묘사한 장면으로, 염라왕이 쓴 면류관에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다. 이는 염라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제6변성왕도는 확탕지옥의 끓는 물이 극락세계의 연지로 바뀌고 그 속에서 화생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연화화생’이 지옥 장면에 등장한 것은 이번 환수 유물을 통해 처음 발견된 사례다. 이는 지옥에서도 죗값을 치르고 뉘우치면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시왕도’는 보존 상태가 양호해 향후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광복 80주년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일본에서 돌아온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공개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고려사경과 시왕도는 고려와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보실 수 있도록 하여 그 가치를 나눌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 유물들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며, 국민들에게 한국 불교미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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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영 / 문화예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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