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백의 不偏不黨] 졸속한 대선(大選)과 여권 단일화

오피니언 / 김영호 기자 / 2025-05-09 17:14:44
김 후보는 한 후보라는 산을 넘어서고서야 진정한 별의 순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영백 편집위원

 

여권과 보수 지지층에서 한 가닥 희망을 가졌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대선 전 판결이 무산되었다. 이재명의 그 길었던 사법리스크는 이번 대선 이후로 미루어졌다. 어쩌면 이재명에 대한 판결은 이 나라의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고법이 제시한 6월 18일은 이미 국민이 판단한 6월 3일 대선 결과 이후다. 의미 없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이든 거부든 해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의아하다. 그간 이재명에 대한 그 긴 시간 동안의 여러 혐의는 터무니없는 것이었고, 당사자와 그 진영의 주장처럼 유력한 야권 지도자에 대한 탄압이었던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는 거짓이었고 그러한 주장에 우린 속고 살아왔고 살고 있는 것인가. 멀쩡하고 훌륭한 정치지도자에게 ‘없는 죄를 씌워’ 자행한 불합리하고 과도한 정치검찰의 횡포였던 것인가.

적어도 분명한 것은 지난 대선 이후 이재명이라는 한 정치인으로 시작된 일련의 정치과정에서 민주적이어야 할 공당이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당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 그로 인해 촉발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해하기 힘든 자해적 정치 행위로 조기 대선의 막이 오르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후보와 경쟁하고 싸워야 할 국민의힘에는 그만한 후보가 있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금의 조기 대선이 오게 된 결과는 우리나라 보수 진영의 정치가 갖는 천박(淺薄)함과 무관하지 않다. 때만 되면 어디서든 ‘데려와’ 진영의 승리만을 얻으려 했지 정작 그 이후 최소한 전열을 가다듬고 반성하며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세워가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제대로 된 자당의 후보 하나 낼 수 없었던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인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을 단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 한마디에 ‘모셔 와’ 후보와 대통령까지 만들어냈다. 준비되지 못한 여당은 윤석열 정권 3년 내내 소위 ‘뺄셈 정치’만 일삼아 왔다. 그 결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당내의 역량 있는 인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자초한 여권 후보단일화 난국

지금 국민의힘에서 진행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문제에는 본질적 이유가 있다. 첫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졸속하게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상대 당 후보에 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당정치의 목표는 정권 획득에 있지만 이에 더하여 이번 대선은 이재명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또 다른 큰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후보단일화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진 것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더하여 지도부의 안일함도 한몫했다. 자당의 후보를 교체해서라도 아니 불쏘시개로 사용해서라도 이재명 대통령만은 막아보자는 나름의 대의(大義)(?)와 윤석열 대통령 3년의 임기 동안 정치 초보인 대통령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국민의힘이 인제 와서 준비도 되지 않는 후보를 내세워 또다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줄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생기고 있는 사달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설프게 치러진 당내 경선이 무슨 국민적 관심사가 되겠으며, 그 후보 역시 승리 가능성이 있겠는가. 솔직히 국민의힘에서 한덕수를 두고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한덕수를 후보로 하자는 얘기를 에둘러 하는 것일 뿐이다. 한덕수가 무슨 세력이 있으며 정치를 오래 해온 사람도 아니지 않는가. 김문수로 단일화하겠다면 굳이 한덕수와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무슨 시너지 내지 컨벤션효과를 낼 것인가. 그러니 김문수 후보측에서 반발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말이 ‘단일화’지 처음부터 ‘교체’였다.

당 지도부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단식 농성을 한다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당권파로 불리는 소위 친윤 세력들의 뼈를 깎는 희생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백의종군하겠다는 절절한 마음을 보여줄 때 후보들과 당원들 나아가 국민에게도 감동이 있고 지금의 매듭은 풀릴 것이다.

김문수 후보가 현실을 직시할 때

이러한 상황 자체를 몰랐을 리 없는 김문수 후보는 경선 기간 내내 주장하고 자신했던 단일화에 대해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치러진 경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김 후보 측도 인정해야 한다. 김 후보가 단순히 그날의 ‘꼿꼿함’ 하나로 ‘별의 순간’을 가진다면 국가적 지도자 선출이 너무 가볍지 않겠는가. 김 후보는 한 후보라는 산을 넘어서고서야 진정한 별의 순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의 경선을 통한 후보 자리가 기득권이 될 수 없다.

만에 하나 후보 주변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면 더더욱 안 된다. 사법리스크가 미루어진 채 강력한 승리 후보로 나서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상대해야 하는 국민의힘이 이렇게 적전 분열로 공멸할 수 없다면 말이다.

후보단일화란 강력한 상대 당의 후보에 비해 열세에 있는 정당의 후보들이 난립하여 도무지 승리할 수 없을 때, 또 그러한 상황에서 단일화를 통해 뭉친다면 승리의 가능성이 보일 때 하는 정치공학적 행위다.

한 후보는 세력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왜 출마를 선언했나. 김문수 후보는 이 지점에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결국 차마 이재명만은 이 나라 대통령이 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그 절박함이 진정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김 후보가 정당의 절차를 따라 후보가 되었고, 한 후보는 그저 부전승으로 올라왔다고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워낙 비상하고 짧은 시간이다.

다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시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김문수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그리고 단일화 과정에서 새롭고 또 다른 비전의 인물로 보여진다면 범보수의 후보는 물론 ‘별의 순간’을 거머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기도 하지만 그 속엔 사람의 집단적 이성이 작용하기도 한다.

어제 두 후보의 만남에서 이렇다 할 수확이 없다는 것에 많은 보수층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있다. 지지자들 역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승리하겠다는 간절함이 있다면 보수 진영 내에서의 분열은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민주주의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한가한 시간이 아니다.

논리나 감정으로 말하자면 지지자들 간에 할 말이야 많겠지만 자중하며 오직 모든 결과를 후보자들에게 맡기고 어떠한 결과에도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마음을 모을 때다. 혹여 사적 유불리로, 더러 먼저 그 캠프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다음을 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맹목적으로 지지를 한다면 본선은 해보나 마나다. 장기를 두는 내내 훈수가 많으면 정작 대국자는 스스로의 길을 잃어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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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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