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열우] ‘재난 불평등 해소’…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치가 되어야

기고 / 김영호 기자 / 2021-08-23 17:28:22

“재난은 왜 약자에게 가혹할까”

▲신열우 소방청장 


지진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존 머터(John C. Mutter)는 <재난 불평등>이라는 저술에서 이와 같은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는 2010년 아이티 지진과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중심으로 개개인이 받는 재난피해의 크기는 계층간 소득격차 등 사회 구조가 결정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 사례가 아니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폭염피해 관련 사례와 통계로도 ‘재난 불평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노원구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이 남성은 두 달 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지만 심사 기간 동안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차 안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에는 경증장애를 가진 기초생활수급자 30대 남성이 옥탑방에서 홀로 숨졌다. 무더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생활 여건의 이들은 폭염의 희생자가 되었다.

통계로는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414명이었던 것에 비해서 올해는 8월 중순 현재 1000명을 넘어섰는데, 피해자 대부분이 농업·산업현장에서 일하거나 취약한 생활환경에 놓인 분들이다.

폭염과 같은 자연재난은 물론이지만 화재 등 사회재난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즉, 오늘날 모든 사회구성원은 비슷한 정도의 재난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개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그 피해의 정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재난피해가 우려되지만 그 상황을 회피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이다. 무더위에도 냉방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한 예이다.

다음은, 재난사고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경우이다. 근무환경이 열악하지만 종사자가 계속 근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그 예이다.

재난사고를 예방하고 대처할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안전에 관한 교육훈련을 받지 못하였거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개인적 또는 공적 재원이 부족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재난 불평등 해소’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다양한 제도 및 정책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과제이다.

매년 증폭되고 있는 ‘폭염 재난’에 관한 제도개선과 시책을 살펴보면, 정부에서는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켰다.

매년 온열질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고,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소방에서는 전국 1300여 개 소방관서를 무더위 쉼터로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수도시설이 고장난 아파트 단지, 가축 폐사 위험이 있는 축사, 주변 온도를 낮추는 살수작업이 필요한 쪽방촌 등에 대한 비상급수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의 의용소방대원들은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 등을 찾아 안부를 묻고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모든 119구급차에는 생리식염수, 얼음조끼 등 9종의 온열질환자 처치 물품을 비치하고 출동한다.

물론 정부 차원의 대응과 함께 국민 각자의 대비도 필요하다. 가까운 소방관서나 안전체험관을 찾아가서 심폐소생술 등 재난사고 시 행동요령을 익혀 둔다거나 각 사업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모든 작업 과정에서는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재난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항상 자력구제(自力救濟)가 가능하지도 않다. 자연재난은 적절한 대비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없다.

인간의 기술과 안전관리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재 등 사회재난도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소방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폭염이 끝나 는 시기이지만 예년과 같이 국지성 집중호우나 태풍 상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은 다시금 긴장의 고삐를 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공정, 복지, 인권존중 등 모두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필요한 가치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높다.

개인적으로도 그러한 가치를 지지하고 실현에 동참하겠지만 소방청장으로서 ‘재난 불평등 해소’도 그러한 가치의 연장 내지 내용으로서 국민들이 공감하고 실현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더하여 방사능, 미세먼지, 기온상승, 태풍, 환경오염 등과 같이 국경을 넘는 재난에 대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도 강화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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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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