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드라마’의 교훈…무쇠 뚝심을 재발견한 한 편의 급발진 드라마
우파 국민의 열망을 담아 끓여낼 태평양 같은 가마솥 마련해야
짧디짧은 선거기간이 문제, 용의주도한 또 다른 능력을 보고 싶다
지난 주말 정국을 휩쓸면서 온 국민을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만들었던 드라마는 단연 ‘김문수 드라마’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긴급하게 치러지는 21대 대통령선거는 상식적으로 현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읽힌다. 절대 우위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설 국민의힘 후보가 누구여야 하느냐의 관점에는 백가쟁명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선-준결승-결승 3차례 경선을 뚫어낸 김문수 후보의 뚝심이 어디까지 통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애초부터 한덕수 전 총리와의 최종전을 전제로 한 레이스였다. 한 전 총리에 대한 호감 여론이 사뭇 당내 인사들의 지지율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그런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후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공약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김문수 후보 또한 ‘당선 즉시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빼놓지 않은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경선이 끝나자마자 상황이 급변했다.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데, ‘단일화’는 속도를 붙이지 못했다. 급기야 후보 측과 당 지도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지도부에서는 “김문수가 경선 때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힐난하기 시작했고, 김문수 쪽은 “단 하루도 당선자 대접을 안 한다”는 불만을 터트렸다. 당선자의 표변이 문제의 핵심인 듯하던 사달은 그러나 시간에 쫓긴 당 지도부의 졸속이 파열음을 일으키면서 판세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친 언행이 소상히 알려지면서 여론을 흔들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수단까지 동원하며 버티던 김문수 후보를 승자로 만든 원동력은 어디까지나 여론의 변화다. 드라마의 변곡점은 역시 전 당원 여론조사에서 ‘한덕수로의 후보 교체 불가’ 판단을 내린 당심이었다. 돌아보면, 같은 결론이라면 당 지도부가 ‘후보 홀대’의 빌미를 주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문수의 무쇠 뚝심을 재발견한 한 편의 급발진 드라마였으나 많은 이들을 가슴 졸이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김문수 후보의 앞에는 당장 ‘빅텐트 구축’이라는 두 번째 시험대가 남아있다. 그는 우파 국민의 열망을 담아 끓여낼 태평양 같은 가마솥을 마련해야 하는 숙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열쇠는 절반의 국민이 의심하는 부정선거 의혹의 여지를 없애는 일이다. ‘정공(正攻)의 힘’보다 더 강한 것은 없지만, 짧디짧은 선거기간이 문제다. 김문수의 용의주도한 또 다른 능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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