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여야, 간호법 ‘합의 처리’키로…PA간호사 법제화 초읽기

뉴스 Hot / 안재휘 기자 / 2024-08-20 20:49:48
28일 본회의서 비쟁점 민생 법안 처리하기로 합의
의사협회 “중단 안 하면 정권퇴진 운동”
간호사협회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들 법의 보호받아야”
복지위 의원들 “적극적 물밑 협상 통해 ‘공식 합의’ 기대”

 

▲ 간호법안 법안심사소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야가 이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간호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간호법은 작년 4월 야당 주도로 국회(21)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는데, 이번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법제화를 담은 간호법을 발의했다.

 

PA 간호사는 수술, 검사, 응급상황 시 의사 보조 등의 업무를 하며 실질적으로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법상 제도화된 직역이 아닌 탓에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 있지만,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으로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2010년 전후부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에 PA 간호사가 13천명 이상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간협은 비공식적으로 PA 간호사로 일하는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PA 간호사가 보건의료직역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제도화해 제대로 된 교육과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의사 업무를 합법적으로 대신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만큼, PA 간호사 제도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의견이 많다.

 

 

▲ 의협회장 "22일까지 간호법 입법 중단 안 하면 정권퇴진운동"[연합뉴스 자료사진]

 

임현택 간호법, 환자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알고

 

의협은 간호법안은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간호법은 의료현장에서 환자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알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법"이라며 "간호사가 의사 노릇을 해 환자 목숨을 위협하는 것을 정부와 여당이 보증해주겠다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임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2일까지 국회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 등 의료 악법 진행을 중단하라""(그렇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정권 퇴진 운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사의 진료독점권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도 의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의협은 "복지부가 진료와 치료 위임을 통해 간호사에게 (진료지원을) 허용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명백한 의사 고유의 업무를 침해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동시에, 의료인 간 업무 범위를 구분하는 의료법 체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의사들이 대거 진출한 피부·미용 분야에 일정 자격을 갖춘 간호사가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의사들은 간호사에게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14개 직역 단체가 모인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대표자 회의를 열고 "현재 국회에 심의 중인 간호법으로는 당면한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상호 연대 협력해 제대로 된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순회 간담회 등을 열어 의료제도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행동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간호사가 의사와 약소직역 업무를 침탈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반발해 부분 파업을 벌였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과 손혜숙 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간호사 법적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간호사협 수련병원 387곳 조사, 62.4%가 전공의 업무를 일방 강요

 

간호사들은 의료현장에서 PA 간호사가 관행처럼 활용되고 있는 만큼, PA 간호사를 제도화해 제대로 된 교육과 업무에 대해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공백 상황에서 대다수 간호사는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전공의 업무를 강제로 떠안고 있다.

 

간협이 61978일 수련병원 38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속 간호사의 62.4%는 병원이 전공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은 "업무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없어서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에게 가르치는 상황이다", "301시간 정도 교육한 후 (PA)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있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고 증언했다.

 

특히 수련병원 10곳 중 6곳은 정부가 PA 간호사를 합법화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어,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명시돼 있지만, 의사 집단행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간호사는 더 이상 티슈노동자일 수 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야, 남은 쟁점 ‘3가지’도 타결 가능성 높아

 

19년 동안 입법 시도가 번번이 좌절됐던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에 대해 여야가 이달 말 처리를 합의한 가운데 여야가 막판 쟁점을 얼마나 해소할지 의료계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쟁점은 크게 PA(진료지원) 간호사 법제화와 간호법의 명칭, 간호조무사 학력 관련 규정 등 세 가지다. 여야는 원론적으로는 최대한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견이 막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을 논의한다. 현재 발의된 간호법은 총 4개로 여당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야당에서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민주당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 등이다. 앞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여야 복지위 등에서는 법안소위 통과를 예단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열린 간호법 '원포인트' 처리를 위한 법안소위 이후에도 각 쟁점 별로 여야가 온도 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당 안은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위임 하에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등 PA 간호사의 업무를 구체화했다. 또한 특성화고등학교와 학원 뿐 아니라 전문대 출신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존보다 학력제한을 완화한 것도 야당 안과 다른 점이다.

 

반면 강 의원안은 간호사의 업무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하되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했고 PA 간호사 업무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법안 명칭 역시 여당 안은 '간호사 등에 관한 법안', 야당안은 '간호법'이라는 점도 차이가 있다.

 

야당은 여당 안에 담긴, 간호조무사 학력조건 완화와 법안 명칭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간호조무사 학력조건 완화는 교육계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법안 명칭은 의료법의 하위 법률 개념이 아닌 별도의 제정 법안이라는 취지를 살려 '간호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PA 간호사 관련 쟁점에 대해서도 한 야당 복지위 관계자는 "업무 범위를 두고 직역 간 갈등이 있을 수 있어 정부·여당이 법안소위 전까지 이 부분을 얼마나 해소해서 수정안을 제시해올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여당 복지위 관계자는 "법안 명칭과 PA 간호사 부분은 어느 정도 이견이 좁혀졌고 법안 명칭은 야당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면서도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완화 부분은 오히려 야당 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22일 법안소위 직전까지 쟁점을 두고 막판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에 대해서는 당 내 여러 우려들이 있고 아직 합의된 건 없다고 보는게 맞다""좀 더 적극적으로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공식 합의에 이르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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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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