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의 균형 잡힌 관계 구축은 윤석열 대통령이 열쇠 쥐고 있어
숙명적 과제 중 으뜸은 ‘총선 공천’…공명정대한 ‘이기는 공천’을
중도 확장성 증대…진정성 담긴, 제대로 된 ‘개혁정책’으로 승부를
야당 대응, ‘천금(千金)’ 같아야…공조직 보좌받아 진중 기할 필요
‘비판자’를 ‘반대자’의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야말로 하지하책(下之下策)
연말 정국에 ‘한동훈’ 쓰나미가 터졌다. 정치권의 요동은 물론, 국민 여론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한동훈’은 순식간에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누르고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동훈’이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을 구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최고 리더 반열에 오를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한동훈’이 정치인으로, 대권 유망주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은 무엇일까.
조건들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한동훈’에게,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여의도 정치 문법’부터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것을 권한다. 그는 이미 한 달 전 “여의도에서 300명이 사용하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다. 저는 5000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의도식 문법’은 시효를 다한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뭇 정치꾼들이 그 구린내 나는 저질문법으로 권력을 향유해왔으니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다.
‘한동훈’이 정치 혁신을 달성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권도 끝장
많은 이들이 ‘한동훈’을 향해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부터 새로 하라’느니,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하라’느니 하는 충고들을 마구 던진다. 옛날 노태우, 이회창의 사례를 들곤 하는데, 직설적으로 말하면 ‘현역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척’해야 성공한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척’의 대목이다. 나중에 다 탄로가 날지라도 국민 앞에서 ‘척’하고 ‘거짓말’하고 ‘쇼’를 하여 속이라는 주문이다. 이런 짓이야말로 철저하게 낡은 ‘여의도 정치 문법’의 산물이다.
용산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요인은 ‘한동훈’에게만 달린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당정이 균형 잡힌 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동훈’이 여당을 맡기로 한 이상 윤 대통령은 시시콜콜 거머쥐고 있는 그립(장악)을 다 놓아야 한다. 어차피 ‘한동훈’이 새로운 정치 혁신을 달성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권도 끝장이다.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 오히려 그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갈 환경이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에 동의한다.
“특히 서민과 약자 편 서고 싶었다”는 이임사는 ‘소회’ 아닌 ‘각오’
‘한동훈 비대위’ 앞에 놓인 숙명적 과제 중 으뜸은 단연 ‘22대 총선 공천’이다. 누구라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천이라고 감동할 만한 공평무사한 공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통령 몫도 없고, 비대위원장 몫도 따로 없고, 지도부 나눠 먹기도 나와서는 안 된다. 오직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절차에다가 천하의 인재들이, 특히 젊은 정치지망생들이 거리낌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공명정대한 대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 그게 곧 ‘이기는 공천’이다.
다음은 ‘중도 확장성’ 문제다. 한동훈의 등장에 내심 긴장한 민주당이 갖은 악담을 퍼붓고 있지만, ‘한동훈’에 대한 중도층의 기대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법무부 장관직 이임사를 통해 “저는 특히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말은 단지 장관 이임의 소회가 아니라,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각오로 읽는 게 맞다. 그는 이미 약자 편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이 사회적 약자 편인 ‘척’하는 것은 표를 노린 음모에 불과
민주당은 ‘약자 서민 편’이 아니다. 그들이 사뭇 사회적 약자 편인 척하는 것은 권력을 목적으로 표를 훔치려는 음모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꾼들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으로 금권 만능주의의 노예가 됐는지는 역사와 뉴스가 여실히 입증하고 있지 않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약자 편’이라는 공간은 지금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진정성이 문제다. ‘한동훈’은 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는 제대로 된 중도 개혁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한동훈’이 거대 야당의 파상적인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과제가 그다음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위기에서 꼬이고, 송영길의 전대 ‘돈 봉투 살포 사건’에서 또 꼬인 민주당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 떼처럼 이성을 잃어버렸다. 논리적 근거도 없이 ‘검찰 독재’ 선동질로 범죄자를 두둔하고, 공직자의 손발을 묶을 음모로 엄중해야 할 ‘탄핵권’을 싸구려로 남발하는 행태가 이를 증명한다. ‘한동훈 비대위’ 이후에는 더욱 그악해질 게 분명하다.
야당의 파상공세 대응, 치열하더라도 더욱 무게감 실어야
이 문제에 관한 한, 법무부 장관 시절 ‘한동훈’은 문자 그대로 일당백(一當百)이었다. ‘모난 돌’ 노릇하다가 공천 날아가는 게 두려워서 찍소리도 못하는 여당 의원들 대신에 그는 혈혈단신 맹렬하게 싸워주었다. 여당의 수장이 된 이상 이제는 야당 공세 대응에 치열하더라도 천금(千金) 같은 무게감을 실을 필요가 있다. 파장을 전후좌우로 살필 수 있는 공조직의 세밀한 보좌를 받아 진중에 진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의 마지막 허들은 ‘범보수 결집’ 과제다. 썩은 살을 도려내기 위해서 고통은 필연적이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의 의지가 분명하고, 국민의힘에 헌신적이라 하더라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인재는 잘라내야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소모전이어서는 안 된다. 그 수술은 무조건 플러스(+) 게임이 돼야 한다. ‘비판자’를 ‘반대자’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야말로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품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
주어진 시대적 사명 완수해 한국 정치의 새 지평 활짝 열길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 지적에 ‘한동훈’은 중국 근대문학의 대문호 루쉰의 소설을 인용해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황무지 앞에 서 있다. ‘한동훈’은 분명히, 타락한 민주주의·천박한 민주주의가 판을 치는 처참한 한국 정치를 바꿔낼 자질과 용기를 지닌 천하의 인재임이 분명하다. 혼자 가려고 하지 말고 다 함께,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한국 정치의 새 지평을 활짝 열어주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제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現)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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