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는 타 집단과의 거래와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
부족주의의 역기능을 해소하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지혜
미국 정치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입법 기능이 마비되고,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지지자들은 거주지·음악 취향·소비 습관까지 정당 성향에 따라 극단적으로 분리되며, ‘타인’을 혐오하는 문화가 일상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부족주의’(Tribalism)의 폐해로 진단하지만, 문화심리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및 심리학과 교수인 마이클 모리스는 신간 ‘부족 본능’(부키)에서 부족주의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부족주의를 분열의 원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보고 있다.
모리스 교수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자기 폐쇄성 때문에 멸종됐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타 집단과의 거래와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했으며, 이는 부족 본능 덕분이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부족적 동물’이며, 부족 본능이 지식 공유와 문화적 진화를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부족 본능의 세 가지 층(캐릭터, 시스템)을 각각 ‘동료 본능’, ‘영웅 본능’, ‘조상 본능’으로 분류하며, 이를 통해 부족주의의 긍정적 역할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금주법의 등장과 사라짐, 사진 찍을 때 웃는 표정을 짓게 된 이유, 브라질 TV 드라마가 출생률과 이혼율에 미친 영향, 간디나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부족 본능의 활용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편파적 당파성을 극복하고, 분열된 보수와 진보 사이에 가교를 놓는 방법, 직장에서 인종 차별을 없애는 방법,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 종파적 폭력을 진정시키는 방법 등 부족주의의 역기능을 해소하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모리스 교수는 “부족주의 자체는 선악이 없다. 활용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긍정적 활용 사례로는 스타벅스가 현지 문화에 적응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들며, 부정적 악용 사례로는 SNS 알고리즘의 확증편향을 언급한다.
특히 그는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부족의 협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위기나 사회적 갈등은 집단적 연대와 신뢰 회복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리스 교수는 “역사 속 위대한 성취는 모두 부족의 힘으로 이뤄졌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지혜”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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