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 전략은 ‘부채’, ‘공포’, ‘불안감’, ‘분열과 정복’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
-“빚으로 종속된 국가들은 결국 특정 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강요받는다”며 정치적 예속으로 이어진다고 경고
-글로벌 경제질서를 움직이는 착취 메커니즘을 고발하는 문제작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착취 수법을 내부자의 관점에서 낱낱이 밝혀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책 ‘경제 저격수의 고백(20주년 완전판)’(민음인)이 새롭게 출간됐다.
2004년 초판 이후 전 세계 38개 국어로 번역돼 2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73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이 책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국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최근의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한 12개 장이 추가됐으며, 기존 내용도 현실 정세에 맞춰 전면적으로 보완됐다.
1970년대 미국 대형 컨설팅사의 수석 경제 전문가였던 존 퍼킨스는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로 활동했다. 경제 저격수란 개발도상국에 과도한 부채를 쌓아 경제·정치적 종속을 유도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그는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이 군사적 압박 대신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신흥국에 부채 덫을 놓은 전략(제1의 물결)부터, 2001년 선진국까지 확장된 금융 조작(제2의 물결), 그리고 중국이 이를 역이용해 신실크로드로 맞서게 된 과정(제3의 물결)까지, 50년간 지속된 착취 시스템의 본질을 내부자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파헤쳤다. 퍼킨스에 따르면 경제 저격수 전략은 ‘부채’, ‘공포’, ‘불안감’, ‘분열과 정복’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제1의 물결(1970년대~1990년대)은 베트남 전쟁 패배 후 미국은 군사적 위협 대신 WB·IMF를 통해 개도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해 자원 통제권과 정치 개입권을 확보하는 수단이 됐다. 제2의 물결(2001년~)은 9·11 테러 이후 금융 시스템을 무기로 선진국까지 포섭하며 달러 패권을 강화했다. 제3의 물결(2010년대~)은 중국이 인프라 투자와 대출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포섭하며 ‘내정 불간섭’ 원칙과 신실크로드 비전으로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한다.
개정판은 최신 사례를 통해 전략의 파괴적 결과를 조명한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막대한 부채로 인해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넘겨주며 전략적 요충지를 상실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된 인프라 프로젝트는 부실 시공으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 세르비아가 중국 자본으로 건설한 발전소와 제철소는 환경 오염과 지역 갈등을 유발했다.
퍼킨스는 “빚으로 종속된 국가들은 결국 특정 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강요받는다”며 이것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적 예속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그는 경제 저격수 전략을 “소수 엘리트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한다. 부채 확장과 자원 착취가 초래한 환경 파괴, 불평등 심화, 전쟁 위험은 현대 사회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죽음의 경제’라고 비판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이러한 착취 구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 민음인은 “‘경제 저격수의 고백’은 글로벌 경제질서를 움직이는 착취 메커니즘을 고발하는 문제작이다. 개정판에 추가된 최신 분석은 경제 권력의 작동 방식을 직시해야만 착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를 선명하게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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