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세종포럼] 한국 외교 이대로 괜찮은가?-[上]

세종포럼 / 안재휘 기자 / 2021-05-29 02:55:11
[上]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2021세종포럼 제1차 세미나] -2021.05.20

제1부 : 중국에 휘둘리고 있다
제2부 : 미국을 서운하게 하고 있다

 

 

▲ 세종포럼은 지난 5월 20일(목) 서울 은평구 미디어시시비비 스튜디오에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을 초청해 '한국 외교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2021년도 첫 초청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 외교 이대로 괜찮은가? -[上]

[1] : 중국에 휘둘리고 있다

[2] : 미국을 서운하게 하고 있다

[3] : 일본을 맹목적으로 그리고 지나치게 미워한다

[4] : 러시아를 여전히 경시한다

[5] : 국제관계를 입체적으로 다각적으로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외교란 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기 위해 대외관계를 관리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과연 우리 외교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가에 대해 문제 제기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뭐라고 하든 객관적으로 또는 제3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 현상, 한미동맹으로부터 이탈, 대일 관계의 심각한 훼손, 대러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 등이 관찰되고 있다. 한국 외교가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지 주요 상대국별로 정리해 본다.

 

 

 

 

 

[1] 중국에 휘둘리고 있다

 

201712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방문 시 베이징 대학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연설을 하였다. 그는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한국은 그 주변의 작은 나라라고 표현하고, 양국 관계의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특히 양국은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동지적 관계라고 규정하였다. 이어 앞으로 중국 중심의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이라는 소위 중국몽에 동참하겠다고 하였다. 현 정부는 문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11월 초 중국에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사드 추가배치, ··일 군사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 정책을 표명하였다. 이처럼 언행 양면에서 중국의 비위를 맞추었건만 시진핑 주석은 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홀대하였으며, 중국이 사드 배치를 빌미로 취한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자세는 현 정부의 초대 주중 대사 노영민 씨가 신임장을 제정할 때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썼을 때 예견되었는데 문 대통령은 한국은 중국과 운명공동체라는 이야기를 기회만 있으면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정상회의까지 개최하는 등 대중 압박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동참을 기대하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을 의식하여 소극적 자세를 취하여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 멘토로 불리는 모 인사는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초월적 외교를 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에 핵우산을 요청하면 어떨까등 저의가 의심스러운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중국의 고위 외교당국자 양제츠와 왕이는 방한 때마다 거만한 언행을 펼치며 노골적으로 한미 관계를 벌리려 하였다. 지난 3월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정의용 외교장관은 왕이의 호출을 받고 베이징도 아니고 머나먼 남부해안 도시 샤먼으로 동남아국가 장관들과 회담하고 있던 왕이를 찾아갔다. 주한 중국 대사는 얼마 전 정치적으로 편향된 논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되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외교관은 주재국에서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도 그러한 프로그램에 중국 대사가 출연한 것은 한국을 우습게 보고 있는 데서 나온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은 소셜미디어(SNS)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귀국길에 중국 측에 한미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올렸다가 삭제했는데 많은 국민이 참담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서해에서의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에 소극적이며, 더욱이 중국 해군이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하려는 지속적인 시도에 대해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2013년 중국은 우리 군에 동경 124도 서쪽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우리 해군 함정이 124도 서쪽으로 이동하면 중국 해군이 달라붙어 자신의 작전구역이니 나가라는 경고를 하면서 중국은 이 선을 넘어 백령도 앞바다까지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항의한 적이 없다.

 

또한, 중국인들이 주 대상인 외국인의 한국 영주권 및 국적 취득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관계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눈을 지자체로 돌려 보면 일부 지자체는 위장된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25 남침 시 북진 통일을 가로막은 것이 중공군의 참전인데 중공군을 괴멸시킨 전장인 파로호(破虜湖)에 대해 중국 측의 요구로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강원도 도의회 의원들은 심지어 강원도 내 중공군 전사자를 추모하는 기념물을 세우자는 제안을 하였다고 한다. 강원도 지역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중공군과 싸우다 산화한 국군 영령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중국은 한민족의 역사를 앗아가는 동북공정을 완성하고 이제 문화까지 넘보는 것 같다. 최근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내용이 문제가 되었는데 작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고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지난 수년간 있었던 일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시진핑이 2017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하였다는데 현 정부, 나아가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서도 주목할 만한 반응이 없었다. 과거사 관련 일본 고위인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즉각 강하게 반응하면서 일본의 과거사 발언 보다 훨씬 문제가 있는 시진핑의 발언에 온 나라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침묵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마디로 중국이 한국을 휘젓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오만을 순순히 받아주어 한국 스스로 중국에 휘둘리고 있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의 베이징대 연설문은 조선 후기 노론세력의 영수인 송시열이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겹다. 인류 역사에서 한 주권국가의 국가원수가 그러한 연설을 한 적이 있을까? 중공군 때문에 통일이 좌절되었고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수많은 국군 장병이 희생되었는데 한국과 중국은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동지적 관계라고 하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지식이 없거나 역사관이 뒤틀려있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이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최대 교역국이라는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중 수출의 약 70%가 현지 진출 한국기업들이 사용하는 원부자재이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고 무역보복 등 불안정성으로 인해 베트남, 인도 등 보다 안정적인 대체시장으로 많이 이전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요인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며, 그리 설득력도 없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세계시장의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다. 중국이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든지 또는 중국에의 경제적 의존이 마치 우리의 숙명이라든지 하는 생각 또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통일 과정에 있어 중국의 협력이 긴요하다는 주장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다. 중국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한반도 상황은 남북한 간에 전쟁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정도로 긴장이 유지되고 그 과정에서 남북한 모두 힘이 빠지는 상태일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한제한(以韓制韓) 정책을 펴고 있다. 다만 중국도 자신의 경제발전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여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 한반도에서 어느 정도 안정이 유지되는 데는 중국의 국익도 걸려 있다. 우리가 저자세로 부탁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중국에 매달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가? 또한,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 정부에 들어와 더욱 심해졌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열린 길지 않은 기간에 시진핑이 여러 번 김정은을 만났는데, 이를 과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상당하고 중국이 그것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래서 북한에 대해 미국과 이번에는 타협 또는 합의를 보라고 권고하기 위한 만남이었나? 사실은 시진핑은 트럼프의 스타일로 보아 혹시라도 미북 간에 중국에 불리한 깜짝 딜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초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미국에서 민간연구기관 차원이지만 한반도 내 ‘2개의 친미 국가론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한국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 아닐까?

 

언젠가 북한에 정상적인 체제가 들어서고 그로 인해 북한의 경제가 성장하고, 남북한이 민족공동체가 되면 이는 중국으로서는 반길 일이 아니다. 만주 지역(중국 동북 3) 수천 년 역사에서 한 번도 한족(漢族)의 영역이었던 적이 없다. 조선족이 살고 있고 강 건너에 더이상 반목하지 않는 남북한이 존재하는 상황은 중국으로서는 악몽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대한민국에 협조하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중국의 우리 문화까지 앗아가려는 기도 등으로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대중국 경계심이 형성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자세, 태도 및 정책은 과거 핀란드의 대소련 자세, 태도 및 정책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은 역사, 국력 등 여러 면에서 소련 앞에 선 핀란드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러한 길을 가려 한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런 현상이 이전 정부에서도 다소 나타났는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현저해졌다는 것이 문제이다.

 

 

 

 

 

[2] 미국을 서운하게 하고 있다

 

현재 한·미 간 주요 현안은 북한 비핵화 및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 사드 배치,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연합훈련 및 방위비 분담, 그리고 미·중 갈등 격화에 따라 미국의 반중 전선 참여 여부 등이다.

 

북한 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대해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은 북한의 어려운 실정을 고려하고 남북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부분적으로 해제 필요성을 꾸준히 거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일 뿐이며 미국이 남북협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평화 쇼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제대로 요구한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은 제재 의무를 회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인영 장관은 미국의 요청으로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된 사안을 협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또한 해리스 미국 대사가 지난해 "한국은 북한과의 어떤 계획도 한미 간 실무협의를 통해서 해야 한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조선 총독인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 마디로 대북제재에 대해 현 정부는 미국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북한 인권상황에 관해서도 한국은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서 미 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내정간섭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여 제재를 위협하였을 때 중국에 대해 내정 간섭하지 말라고 반박한 적이 있던가?

 

사드 배치 결정은 박근혜 정부 때 이루어졌는데 현 정부는 2017년 중국의 압력에 굴복,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여 당초 구상이 상당히 훼손되었다. 게다가 성주 사드 기지 공사의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되고 있고 장비와 자재 반입이 시위대에 의해 매번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과 경찰 등이 미온적인 대처를 하고 있어 미국은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올해 3년째 대폭 축소된 형태로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통일부 장관은 훈련의 연기도 생각하였으나 전작권 환수를 위해 부득이 최소한으로 하였다라고 말하여 현 정부의 속내를 드러내었다. 한미연합훈련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습격 기도에 따라 1969년 시작되어 오늘까지 한국의 안보에서 긴요한 부분인데 현 정부는 이를 마지못해서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는 80년대 말 시작되어 몇 번 반전이 있었다. 현 정부는 임기 내 완료를 목표로 하나 한국군이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때 환수한다는 조건의 충족을 내세우는 미국 측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주권국가로서 전시작전권이 없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여권 인사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안은 궁극적으로 미군 주둔 문제와 연계되어 있고 우리 역량을 충분히 제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 환수는 지휘체계를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만 유발할 것이다. 방위비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 때 한국 분담액의 급격한 인상을 요구하는 무리수를 두기는 하였으나 마치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제재 내지는 적대행위를 한 것처럼 우리 사회 일각에서 보인 과도한 반응에 대해 미국은 어떤 판단을 하였을지 짐작된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비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쿼드(, , 인도, 호주)를 결성하여 반중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명시적으로 요구한 바 없다고 하면서 반중 연대 프로그램에 하나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확인되었다.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 외교장관과 만나서는 중국과 관련하여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지경까지 되었다. 또한, 미국 한미일 안보 협력의 복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한국은 이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외교장관은 백신 부족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 대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하면서 지원을 요청하였다. 국가 간 관계는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철칙인 관계이다.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외교관 출신 장관이 진정한 친구운운하다니 우리 외교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누가 보더라도 현재 한미 관계 나아가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 중국이 두렵고 경제적 이익 때문에 미국과 거리 두기를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한국의 중국에 대한 입지가 강화될 것인가? 이제 한국이 성장하여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중국에 대해서는 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위협은 북한과 중국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 아니라 유지하고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권 고위인사들은 현 정부의 한미동맹에 관한 인식에 대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은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한미동맹을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에 조금씩 계속 영향을 주어 그 사람을 지배하는 행위)’에 비유하고 동맹 중독을 끝내야 한다고 하였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중 갈등 속에 한국이 미국 편에 서는 경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수 없어 어느 진영에 속하지 않는 초월적 외교가 한국이 나아갈 길이라고 하였다. 그는 심지어 작년 12월 어느 행사에서 북한 비핵화가 안 된 상태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느냐?’고 미국 참석자 앞에서 중국 참석자에게 질문하기도 하였다. 문 이사장은 5월 문 대통령의 방미 직전에는 북한은 인권 문제를 들고나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고 본다. 그 순간 대화 무드로 나오기는 힘들어진다.”라고 하였다. 또한,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여당의 모 의원은 귀로에 중국에 들러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라라고 하였다. 이러한 언사들은 현 정부가 미국보다는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우선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려서 자주 들은 얘기로 미국은 병 주고 약 주는 나라라는 말이 있다. 앞부분은 2차대전 이후 결과적으로 남북이 분단된 점, 냉전 시절 반공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지지 등이 해당될 것이고, 뒷부분은 북한의 남침 격퇴, 이후 대북 억지력 제공, 한국의 경제성장 및 발전 지원 등이다. 남북분단은 미국만의 책임이 아니며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산물로서 미국과 소련의 공동 책임이다. 미국의 한국 군사정권 지지에 대한 비난에는 미국을 국익에 따라 행동하는 정상 국가가 아닌, 전지전능의 도덕적 존재로 보는, 국제사회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 몰이해가 깔려 있다. 이제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 속에서 우리는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으며, 미국은 또한 한국에 투자하고 그들의 시장을 열어 주었다. 물론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 기초한 행동이었다.

 

현 정부는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국민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걸림돌인 북한 핵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에 대해 미국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협조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고 있다. 반면에 남북관계나 북한 비핵화에 기여할 바가 별로 없고 그럴 의지도 갖고 있지 않은 중국에는 매달리고 있다. 이런 한국을 미국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진정한 친구라 생각할까?

 

[下] 편에 계속

 

<초청강사-필자 소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현재는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이메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