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경] 2022년 예산안, 확장적 재정정책이 과감해져야 하는 이유

기고 / 김영호 기자 / 2021-09-03 10:08:39

2022년 정부 예산안은 ‘적극적 재정’과 ‘건전 재정 기반 회복’을 표방하고 있다. 604조4000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억원의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8.3%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2차 추경까지 포함한 올해 예산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5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적극 재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건전 재정에 무척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올해 2차 추경까지 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방역조치 강화로 내수가 위축되고 소상공인의 고통이 가중되는 문제를 재정으로 완화해야 했다. 따라서 백신이 널리 보급되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올해와는 반대로 재정 건전화에 더 주력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로부터의 완전한 회복과 내수 확충


그러나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보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 확대 필요성은 내년에도 줄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국가 재정보다는 주로 민간의 빚을 활용해 코로나에 대응해 왔다. 국제 비교를 위해 IMF 자료를 보면 2020년 한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2.2%로서 선진국 평균 10.9%는 물론, 신흥시장국 평균 9.7%보다도 작았다. 대규모 재정 지원보다는 일단 각자 빚을 내서 버티자는 기조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민간부채를 활용한 위기 대응 방식은 재정 부담을 줄여주지만 위기 이후의 후유증은 길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즉, 가계나 기업, 특히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경제가 정상화되더라도 그 동안 쌓인 빚을 갚느라 소비나 투자를 충분히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경제 회복세가 다시 발목 잡히게 된다. 이런 ‘빚 후유증’의 가능성이 있을 때는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민간, 특히 내수부문이 정상화될 때까지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과거 유럽연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급하게 재정건전화를 시도하다 여러 나라가 다시 침체에 빠졌던 사례가 있다.

한국의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의 46.5%(올해 2사분기)로 아직 코로나 이전의 48.1%(2019년 4사분기)에 상당히 못 미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올해 2사분기 개인소비가 국내총생산의 69.0%로서 코로나 직전의 67.5%를 이미 회복했다. 한국의 경우 수출 수요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내수는 크게 부진한 불균등 회복이 두드러진 상황이다. 이러한 불균등은 취약부문의 빚으로 쌓이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 역할 없이는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3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 전환에 적극 대응

코로나 극복과 내수 확충도 시급한 와중에 전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 전환 흐름도 한국을 덮치고 있다. 기술 전환은 기존 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위기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위험을 관리하고 인프라를 만드는 등 적극적 투자를 해야 한다. 서구 선진국들도 기술 전환기에는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왔다.

올해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뿐 아니라 ‘미국 일자리 계획’(2조 2500억 달러), ‘미국 가족 계획’(1조 7000억 달러) 등 약 4조 달러의 대규모 재정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반도체 투자 등 산업정책도 실행 중이다. 한국도 변화하는 기술 환경과 세계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과감한 재정확대로 미래세대에 더 나은 경제를


한국의 2022년 예산안은 시급한 재정 확대 필요성을 상당 부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면서 동시에 내수부진, 초저출산 등 장기간 누적된 여러 과제들을 해결하기에 예산 규모가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고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원이 된다는 우려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 해 말 기준으로 한국 정부는 5824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를 뺀 순자산이 4638조원이다. 코로나가 휩쓴 2020년에도 정부의 순자산은 늘었다. 땅값 상승 때문에 자산가치가 변했을 수 있음을 감안해서 순금융자산만 떼놓고 봐도 같은 흐름이다.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수치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채무가 국민 1인당 2000만원이 된다는 점만을 강조하는 것은 부분적 관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 규모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작은 것은 물론, 정부가 보유한 금융자산 1990조원을 국민 1인당 규모로 환산한 4000만원 수준보다 훨씬 작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순대외채권국으로서 경상수지 흑자도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 국가채무 수치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자산과 외화 흐름도 같이 봐야 한다. 거시경제 전체를 보자는 것이다.

재정 효율화와 국가채무 관리는 정부가 항상 해야 하는 일이지만, 어떤 수치에 대한 일면적 우려 때문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극심한 불균형을 완화하고 기술전환에 대처하는 데 과감해지고, 실기하지 않아야만 미래세대에 더 나은 경제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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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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