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나치 마인드-역사가 주는 12가지 경고』 -로런스 리스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5-10-08 10:57:22
역사와 심리학을 결합해 나치와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치는 신간
히틀러와 나치가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12가지 전략을 낱낱이 분석
나치가 세력을 확장하며 사용한 전략을 음모론 유포, 집단 갈라치기, 청년 세뇌, 공포 조장 등으로 정리

 

 

30여 년간 나치 역사를 집요하게 추적해온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로런스 리스가 역사와 심리학을 결합해 나치와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치는 신간 나치 마인드-역사가 주는 12가지 경고’(책과함께)를 펴냈다

 

이 책은 나치의 부상에서 몰락까지를 심리학적 분석과 역사적 기록으로 재구성하며, 히틀러와 나치가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12가지 전략을 낱낱이 분석한다. 저자는 최신 신경과학 연구와 전범들의 증언을 통해 나치의 범죄가 역사적 조건과 인간 심리의 취약성이 결합된 결과임을 밝히며 나치즘이 남긴 잔재가 오늘날에도 위협으로 남아 있음을 경고한다.

 

리드는 나치가 세력을 확장하며 사용한 전략을 음모론 유포, 집단 갈라치기, 청년 세뇌, 공포 조장 등으로 정리한다. 특히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한 독일 국민의 굴욕감을 이용해 반유대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이데올로기를 구축했다. ‘등에 칼을 맞았다는 피해의식을 부추기며 유대인과 사회주의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내부 결속을 다진 것이다.

 

나치의 권력 장악 과정은 치밀했다. 1933년 총리로 임명된 히틀러는 수권법을 통해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저자는 민주주의 절차가 어떻게 악용되었는지보여주며, 권위적 리더십이 어떻게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켰는지 분석한다.

 

책은 나치 체제가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교묘히 이용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히틀러 유겐트와 독일소녀연맹은 뇌 발달 단계(전두피질 미성숙)를 악용해 충성도 높은 추종자를 양성했다. 또한 가스실 설계나 먼 거리에서 사격하도록 한 전술은 살인의 정서적 부담을 줄이는 심리적 트릭이었다.

 

폴란드 유대인에게 길바닥 청소를 강요한 굴욕적 행위는 인지부조화를 유발해 피해자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나치가 종족주의와 유사다윈주의를 앞세워 강한 민족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데올로기로 홀로코스트를 정당화했다고 설명한다.

 

30년간 수집한 나치 전범들의 증언은 이 책의 핵심 자료다. 친위대원이었던 베른트 린은 나치 시절이 독일에는 좋은 시대였다고 주장했고, 돌격대원 볼프강 토이베르트는 홀로코스트 피해 규모를 축소하며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증언은 나치즘이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자기합리화와 책임 전가로 지속됐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을 새로운 성찰로 이끈다. 나치는 패망했지만, 증오, 희생양 찾기, 극단적 민족주의 등 나치즘의 본질은 여전히 현대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리드는 역사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징후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피즘, 포퓰리즘, 소수자 혐오 등 오늘날의 갈등 구조에서 나치의 심리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NS를 통한 음모론 확산과 공포 정치는 나치가 사용했던 수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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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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