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백의 不偏不黨] 민주주의와 문명(文明)을 지켜야 하는 6·3 대선

오피니언 / 김영호 기자 / 2025-05-28 10:58:27
김 후보는 한 후보라는 산을 넘어서고서야 진정한 별의 순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영백 편집위원

 

민주주의(democracy)는 인류가 개발한 많은 통치체제 내지 주의 중에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검증되어 왔으나, 그것만큼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체제도 없다. 민주주의가 갖는 취약성은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의 나약성에 근거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중적이다. 남을 비판하지만 자신은 비판받기를 싫어한다. 내가 가진 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에 대해 몹시 인색하다. 힘은 더 많은 힘을 가지려는 일에 골몰하게 되고, 그것을 위해 사람도 배제하고 결국 그 사회의 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린다. 그래서 우리는 힘을 나누어 갖기로 한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 모든 힘을 가질 수 없게 나누는 것이다. 바로 삼권분립(三權分立), 민주주의다. 아무리 어떤 정당이 못마땅하더라도 그로 하여금 상대 정당을 견제케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민주주의는 통치 원리(cracy)이지 그 자체가 지고지선의 주의(ism)가 아니다. 다시 말해 서로 견제와 경쟁을 통해서 가장 최선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6. 3 대선은 자유민주주의냐 전체주의독재냐, 체제전쟁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시작된 조기 대선이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는 6월 3일은 최고(最高) 최적(最適)의 후보를 뽑는 날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후보, 더 큰 국가적 혼란을 불러올 인물을 가려내야 하는 이번 대선은 여느 때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자당 출신의 대통령이 탄핵 당한 국민의힘에서는 후보 결정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과 비상식이 있었다. 게다가 김문수 후보는 대권을 준비해 온 인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국민에게 덜 알려져 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3년 전부터 그 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당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급기야 대통령 후보까지 거머쥐었다. 현실적으로 양강 구도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나 그 결과에 따른 파장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이번 대선을 체제전쟁이라고 말한다. 자유민주주의냐 전체주의독재냐. 21대, 22대 국회를 거쳐오는 동안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의회 내에서 보여준 전횡은 합법과 민주를 가장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에 있어 도를 넘어서는 탄핵 남발, 누가 봐도 편향적인 법률안을 상대 당인 국민의힘과 타협하거나 조율하지 않고 그냥 밀어부쳤고, 그리고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검찰과 사법부까지 흔들었다.

민주당은 이 후보 처벌 근거를 제거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그가 당선만 되면 지금 받고 있는 재판 5개를 모두 중단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놓았다. 민주당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급을 미칠 법안과 특검법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고, 이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여과 없이 통과시킨다면 사회는 무척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고법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할 때와는 달리 대법원이 한 달 만에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대법원 청문회를 강행했고, 다수 의견을 쓴 대법관 10명에 대한 탄핵 언급은 물론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도 강행하겠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대법관을 30명 선으로 증원하고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등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했다가 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겠단다.

민주주의를 지킬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조차 외부의 정치적 압력과 내부의 분란으로 흔들리고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사회,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하나의 세력이 삼권을 모두 움켜쥔 사회, 바로 전체주의 사회이다.

 
'닫힌사회’의 야만으로 되돌아 갈 수 없어

칼 포퍼는 일찍이 자신의 명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전체주의 사회를 ‘열린 사회(open society)’의 반대 개념으로 ‘닫힌사회(closed society)’라고 명명하고, 닫힌사회에서는 일체의 비판과 견제가 허용되지 않으며, 개인의 자유는 물론 그 어떤 자율성도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으로서의 삼권분립이 무너지려 하고 있다. 절제되지 않은 거대 입법 권력을 가진 민주당이 이제 행정부 권력까지 가지려 한다.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장악하여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독재를 막을 길이 없다.

삼권분립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자유대한민국도 무너진다.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여기는 유권자들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덜 망칠 후보를 골라야 한다. 진정 야만으로, 닫힌사회로 돌아가고 싶은가.

문명(文明)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우리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 야만(野蠻)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무척 상반되는 삶을 살아온 두 후보를 마주한다. 삶의 과정도 다르고 같은 조직 내에서 보여준 행적도 극명하게 다르다.

한국 현대사를 자신의 삶에 관통시키며 용기와 신념으로 현장의 진실을 말해온 사람이 있다. 반면에 온갖 잡음과 불법으로 얼룩진 그런 후보가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천성(天性)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미 양쪽 진영에 서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느 정도 결정되었다고 본다. 남은 동력(動力)은 어느 한 후보와 그 정당이 갖게 될 절대 권력에 대해 불안해 하는 중도층과 국민의힘에 실망하고 떠난 옛 지지층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보수 대 진보의 선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진실과 거짓, 신뢰와 불신, 정직함과 간사함, 정의와 불의, 윤리성과 도덕성, 그리고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어떤 선택으로 지도자를 정할 것인가이다.

존 액튼 경의 그 유명한 말을 다시 곱씹어 본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Power corrupts.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만일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공동체 전체가 병들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젠가 후손들이 물을 것이다. 2025년 6월 3일, 그때 당신은 어떤 결정을 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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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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