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없는 날 오랜만에 여명을 보면서

기고 / 김영호 기자 / 2023-08-03 14:31:21

▲윤일원( '부자는 사회주의를 꿈꾼다' 작가)

 

목수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나무로만 보이고, 대장장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못으로만 보인다. 망치만 들면 모든 것을 두들기고 싶은 것 또한 인간의 심리다. 그만큼 자신이 쌓아놓은 업력(業力)에서 기인한 습관성 사고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이다.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몰고 온 파장이 만만찮은 가운데, 목수는 망치로, 농부는 삽으로, 문인의 펜으로, 반일은 반일로, 진영은 진영으로 제각각 백가쟁명식 대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든 문제가 흙의 생명을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야, 모든 문제가 인간 본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야, 모든 문제가 제자리를 못 찾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야, 모든 문제가 일제의 폭력적 체벌 때문에 발생한 것이야, 모든 문제가 권위 체제 시절 때문에 발생한 거야, 모든 문제가 전교조의 어처구니없는 정치투쟁 때문에 발생한 거야. 기타 등등

인류 역사상 갑질이 없었던 적은 단 하루라도 없었다. 인간이 군집 생활을 선택한 순간 서열에 따른 직위에서 오는 권력의 불평등함은 늘 존재해 왔다. 크게는 폭력으로 중간은 체벌로 작게는 말로서, 하지만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여 서열의 위치가 뒤바뀌고 앞뒤가 뒤섞여 일시적 혼돈이 온 것도 사실이다.

▲인왕산의 여명@필자


무릇 인간은 무엇을 통솔하기 위해 ‘권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오랜 군집 생활로 '서열' 또한 본능적으로 안다. 그것이 매우 작은 모임이든, 동창회든, 가족이든, 회사든, 군대든, 세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서열이 정해지는 것이 인간 세상의 이치다. 다만 우두머리라 여기는 자가 이것을 적극적 수단으로 사용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일 뿐,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5만 불 달성하기까지 매우 촘촘한 행동 규칙 혹은 규정이 있다. 인간은 거대한 이상을 위해 목숨을 던지기도 하지만, 세밀한 잘못된 규정 하나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국방부에서는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문서가 연도에 도달하면 자동 폐기 절차를 밟는다. 그것이 AI시대 황금 거위를 낳는 원유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렇게 하도록 규정에 명시되어있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난 폭력적 행위가 트리거를 발생시켰다는 것만 알 뿐, 내면 깊숙한 진짜 원인이 제도에 기인한 것인지, 인간 품성에 기인한 것인지, 상대의 모욕적 언사인지를.

다만, 이것은 진짜배기다. 손흥민 선수가 EPL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는 이유는 “폭력적 체벌이 아니라 재능있는 선수가 즐기기 때문이다.” 한사람이 많은 사람, 다수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폭력, 이제 그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성취 할수 없다는 사실과 인류 역사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었던 원리 “스스로 무너지기보다는 불평등함을 당당하게 소리치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치졸한 방식인 "계급의 적은 계급이다."라는 사회주의 전술을 적용하여 서로 물어 뜯게 하는 것이다.

오늘 이글거리는 불볕더위 한가운데서 잊혀진 찬란한 여명을 바라보면 든 생각이다.

[출처: 모닝포스트 http://www.morningfoc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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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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