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팬덤 정치’ 망국론(亡國論)

안재휘의 시시비비 / 안재휘 기자 / 2022-05-30 14:33:10
‘확증편향’으로 무장한 ‘궤변가들’이 판치는 나라 안 돼

정치권 팬덤, 그악한 ‘전체주의'로 치달을 개연성 높아
‘팬덤 정치’ 파생 부작용 중 ‘확증편향’이 가장 치명적
팬덤 정치’ 위험성은 단순 숭배 넘어 ‘신격화’로 치닫는 것
옳고 그름 분명히 말하는 국민 넘쳐나는 건강한 나라 돼야

 

[안재휘의 시시비비] ‘팬덤 정치망국론(亡國論)

 

인기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어린아이들의 집단행동은 이성(理性)과 거리가 멀다. 좋아하는 스타의 얼굴을 한번 보기 위해 그 집 대문 앞에서 밤을 새우는 모습은 부모들의 한 걱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현상을 선과 악의 개념으로 갈라칠 수는 없다. 그냥 좋아서 그런 것이니,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설사 누군가 그 이유를 물어서 대답을 듣는다고 해도 그 내용은 분명히 지극한 편견이거나 확증편향(確證偏向)의 영역에 있을 것이다.

 

인기 연예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팬덤 행태는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거야말로 복잡다단한 우리 사회문화의 양념 수준의 일로 치부해도 될 만하다. 그러나 똑같은 메커니즘이 정치권에서 나타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팬덤은 여차하면 곧바로 그악한 전체주의로 치달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나타난 팬덤은 결코 무시하거나 흘려 보아도 될 양념차원의 변동이 아니다.

 

팬덤 바이러스휘젓는 우리 정치 점차 위태로워져

 

팬덤 바이러스가 휘젓고 있는 우리 정치가 점차 위태로워지고 있다. 아니, 정치 영역으로 들어온 팬덤 현상이 우리 정치를 천 길 낭떠러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수의 광신도에 의해 휘둘리며 자정(自淨)의 기능을 상실한 정치 세력들이 국민을 들쥐 몰 듯이 패망의 늪으로 몰아붙이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다. 악성 팬덤 바이러스에 감염돼 중증을 앓는 우리 정치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우리 정치에 나타난 팬덤 현상의 연원을 헤아리는 일은 간단치 않다. 해방공간에서 귀국한 독립운동 영웅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인기 열풍도 엄밀하게 따지면 일종의 팬덤 현상이었다. 정보의 절대량이 아주 적었으므로 메신저에 따라서 휘둘릴 여지가 훨씬 더 많았던 만큼 우물 안 개구리 식 편견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승만 대통령이 구사한 정치술도 일종의 팬덤 정치술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끝내 독재자가 됐다.

 

팬덤 현상이 우리 정치를 천 길 낭떠러지로 몰아가

 

팬덤 정치가 파생하는 부작용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확증편향이다. 자기가 추종하는 지도자나 당파의 언행을 균형 잡힌 오감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현상이 곧 확증편향이다. 그러니 자기 편 인물이 저지른 그 어떤 과오(過誤)도 끝내 허물로 인정하지 않고, 오만 가지 핑계로 포장하여 합리화하는 일에 일사불란하게 편승한다. 우리 편은 절대로 잘못하지 않고, 모든 원인이 상대편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나오는 게 고약한 내로남불습성이다.

 

다음 단계가 바로 궤변의 횡행이다. ‘상대편의 사고(思考)를 혼란시키거나 감정을 격앙시켜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며대는 논법이 범람한다. 요 몇 년 사이에 텔레비전 토론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야 정치 패널들이 무한 궤변술로 듣는 이들의 이성을 무지막지 휘두르는 일은 그런 현상의 방증이다. 가히 궤변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 아닌가. 그 말들을 듣다 보면 이 나라가 정녕 궤변 공화국이 됐다는 느낌이 든다.

 

확증편향이 빚어낸 궤변술이 판치는 궤변 공화국추락

 

확증편향을 양산하는 팬덤 정치의 위험성은 단순한 숭배를 넘어 특정 인물, 또는 무엇인가의 신격화(神格化)’로 치닫는 데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 김씨 왕조의 사례만 보아도 그 폐해는 얼마든지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잠든 봉하마을에 나타난 다른 정치인들을 막아서거나 물병을 던지는 따위의 행위에도 그 조짐이 있다. ‘세상에 절대 진리란 없다는 평범한 상식을 넘어서는 독선들이 비일비재한 게 이 나라 정치판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팬덤 정치가 빚어낸 끔찍한 조직으로는 이승만 정권 말기 선거전위대로 동원한 대한반공청년단과 반공예술인단이 있다. 이들은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된 경찰과 함께 움직이면서 살인을 포함하는 온갖 테러 행위를 자행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문자폭탄 같은 신문물에 맞춰진 형태로 진화했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소수의 극성 지지당원들의 문자폭탄에 온전히 휘둘리는 상태가 된 것은 비극이다.

 

절대 진리란 없다는 평범한 상식 넘어서는 독선 비일비재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팬덤 정치 청산‘586 퇴진을 부르짖었다가 당내 기득권 세력들에 뭇매를 맞고 거꾸러졌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모습은 마치 수렁에 빠진 탱크를 연상시킨다. ‘대깨문’, ‘개딸’ 마약에 취해 엔진을 굴리고 대포를 쏘며 의회 독주를 즐기지만, 바퀴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양념이라며 방치한 문자폭탄정치가 빚어낸 파탄이다. ‘팬덤 정치의 말로가 어떤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등장 이후 보수진영에서 흐르는 또 하나의 팬덤 정치기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에 대한 팬덤 정치는 통제돼야 한다. 윤 대통령마저 팬덤 정치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는 정말 희망이 없어질 것이다. 편견을 물리치고 옳고 그름을 제대로 헤아리고 판단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국민이 주도하는 나라로 가야 한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국민이 넘쳐나는 건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

 

▲ 안재휘<본지 발행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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