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질서 없음-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세 가지 프레임』 -헬렌 톰슨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5-10-11 22:39:19
-“세계의 혼란, 에너지·금융·민주정치라는 세 가지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이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탈국가적 위기를 촉발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왕정·귀족정·민주정 등 여섯 가지 정치 형태가 일정한 순서로 반복된다는 이론)’을 차용
-출간 직후 라이오넬 겔버상과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 후보에 올라

 

   

최근 몇 년간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히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에너지, 금융, 민주정치라는 세 가지 역사적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케임브리지대 정치경제학 교수 헬렌 톰슨의 신작 질서 없음-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세 가지 프레임’(윌북)120년 현대사 패턴을 관통하며 현재의 위기를 진단한다.

 

책의 1지정학은 석유 시대의 도래와 함께 미국이 패권국으로 부상한 과정, 자원 부족에 시달린 유럽 열강들이 중동을 각축장으로 삼은 역사를 추적한다. 특히 1956년 수에즈 위기 이후 독일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게 된 것이 NATO 내 분열을 초래했고, 이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저자는 석유의 정치적 도구화는 현대 지정학의 출발점이라며 에너지 수급 구조가 국가 간 갈등의 씨앗이 됐음을 강조한다.

 

2경제에서는 1970년대 오일 쇼크와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가 달러 중심의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을 낳았고, 이로 인해 유로화 도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국 경제의 부상, 미국의 견제 정책이 현재의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2008년 금융 위기와 같은 반복적 위기가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결함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이 메이드 인 차이나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탈국가적 위기를 촉발했다고 말한다.

 

3민주정치에서는 에너지·금융 변동이 국가의 과세 능력을 약화시켜 경제적 국가공동체주의를 붕괴시켰다고 분석한다. 시민의 경제적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극단 세력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왕정·귀족정·민주정 등 여섯 가지 정치 형태가 일정한 순서로 반복된다는 이론)’을 차용, “현대 정치 체제도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며 지정학·금융·민주정치 간의 피드백 루프가 위기를 증폭시킨다고 경고한다.

 

질서 없음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저자는 현재의 위기는 수십 년 전부터 누적된 구조적 선택의 결과라며, 단기적 사건보다 장기적 흐름을 읽는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과거 에너지 의존 구조가 폭발한 사례로 해석하며, 독자들에게 미래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한다. 출간 직후 라이오넬 겔버상과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후보에 오른 이 책은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복잡한 현대사를 명쾌하게 해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헬렌 톰슨은 영국 정치 팟캐스트 토킹 폴리틱스고정 패널이자 가디언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대중과의 소통에도 주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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