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네덜란드 혁명은 종교개혁과 금융 혁신, 해상 무역의 결합으로 자유주의 실험의 원형”
저자는 한국을 “혁명과 역풍이 가장 압축적으로 교차하는 사회”로 규정
-“모든 혁명은 진보와 반동의 변증법적 과정”
미국 출간 직후 아마존 역사,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
최근 기술 발전과 글로벌 팬데믹, 정치적 극단화로 인해 ‘역사의 진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 CNN 간판 국제 정세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의 진행자이자 미국 대표 국제정치학자 파리드 자카리아가 출간한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부키)는 근대 400년의 세계사를 혁명적 변화와 그에 따른 반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현대 사회의 난제를 풀어낸다. 이 책은 네덜란드 혁명부터 현대의 정체성 혁명까지, 인류가 마주한 진보와 후퇴의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혼돈 속에서도 역사는 전진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16세기 네덜란드 혁명은 종교개혁과 금융 혁신, 해상 무역의 결합으로 자유주의 실험의 원형이 됐다. 그러나 종교 갈등과 대외 전쟁이라는 역풍에 부딪혀 좌초됐다. 하지만 지역 자치와 기술 혁신의 성과는 영국으로 이전되어 명예혁명과 산업혁명의 토대가 됐다.
1688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왕정 입헌제를 수립한 명예혁명은 정치적 안정을 통해 영국을 실용적 국가로 변모시켰다. 이는 네덜란드의 제도와 사상을 수용한 결과였으며, 자본주의 세계화의 출발점이 됐다.
자유와 평등을 외쳤던 프랑스 혁명은 급진주의와 공포 정치, 나폴레옹 제국으로 귀결되며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그 유산은 미국에 영향을 미쳐 독립전쟁 승리와 민주공화국 모델 수립으로 이어졌다.
기계화와 도시화로 생활 혁명을 이끈 산업혁명은 노동 착취와 계급 갈등을 심화시켰다. 영국은 곡물법 폐지와 자유방임 정책으로 이를 극복하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성장했다.
자본·상품·아이디어의 국경 초월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올렸지만, 외환위기와 양극화라는 역풍을 초래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경제 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넷과 SNS는 지식과 참여를 민주화했으나, 음모론과 혐오 확산으로 사회적 분열을 가속화했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 온라인 연결이 오히려 개인을 ‘고독한 왕’으로 만들고 있다.
민권·여성·성소수자 운동은 진보를 이끌었지만, 젠더 갈등과 문화 전쟁을 촉발했다. 저자는 유럽의 세속화 물결과 미국의 정치적 부족주의를 예로 들며 정체성 정치의 양면성을 분석한다.
냉전 붕괴 후 중국·러시아의 부상으로 다극 체제가 재편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이 발생했다. 저자는 한국을 “혁명과 역풍이 가장 압축적으로 교차하는 사회”로 규정한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최대 수혜국이지만 외환위기, 청년 실업, 온라인 혐오, 미·중 갈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혁명은 진보와 반동의 변증법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기술 발전이 정체성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다시 사회 혁신을 요구하지만, 변화에 뒤처진 이들의 반발(백래시)이 반드시 따라온다. 따라서 역사적 교훈은 “변화 속도를 조절하고 역풍을 관리하는 것”이다. 자유방임적 세계화나 기술 신봉은 위험하지만, 폐쇄적 퇴행 역시 답이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 강화, 민주주의 제도 존중, 균형 잡힌 외교가 필수적이다.
이 책은 미국 출간 직후 아마존 역사,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강력한 역사적 통찰’, ‘왜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 어떤 나라는 실패하는지 알려 주는 사상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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