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이태석 신부가 저승에서 통곡할 일’

안재휘의 시시비비 / 안재휘 기자 / 2024-02-25 23:22:13
정부,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사상 최초로 ‘심각’ 단계로 끌어올려
의사단체는 왜 설득력 있는 대안 없이 다짜고짜 파업만 일삼는가
의대 증원 찬성 76% 국민 여론을 대체 무슨 논리로 무시하나
독일은 의대 정원 5000명 이상 증원 결정에도 의사들 반대 없어
‘어떤 경우에서 환자 곁에 있겠다’던 제네바 선언 왜 무참히 깨는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반발이 격화하면서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사상 최초로 심각단계로 끌어올렸다. 진료 거부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악화일로다. 논쟁에 끼어들 여지가 없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만 발을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을 버려두고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의 비정(非情)에 억장이 무너진다.

 

필수 의료 분야의 고질적 의사 부족 현상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는 의대 증원을 놓고 빚어진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일단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게 정부만 나무랄 일인가. 이 나라 최고의 두뇌 집단인 의사단체는 필수 의료인력 고갈 등 해묵은 문제에 왜 설득력 있는 대안을 한 번도 제시하지 못하고 다짜고짜 파업만 일삼는가.

 

목숨 위태로운 환자 버려두고 떠나는 의사들의 비정(非情)에 억장 무너져

 

202312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는 평균 2.23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5)65.7% 수준이다. 높은 의료 이용량을 감안하면 OECD 국가 평균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공개한 조사에서 의대 증원 찬성 의견은 76%, 반대 응답 16%를 압도했다. 지난해 말 보건의료노조 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89.3%에 달했다.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불균형 문제는 의사 수가 결코 많은 편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 많은 전문가가 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해왔고, 정부도 그 방향으로 개혁 방침을 표방하고 있다. 다만 천문학적 재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만큼 즉각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사정을 빤히 알면서 이러는 건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결정적 요소다.

 

천문학적 재원 추가 소요로 바로 못 하는 수가 개혁다 알지 않나

 

항간의 비난처럼,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단지 밥그릇 지키기 차원이라면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의사들이 고작 그런 이유로 목숨줄이 경각에 달려 절박한 환자들을 버리고 병원을 떠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 일본은 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을 오히려 찬성하고 있고, 독일도 의대 정원을 연내 5000명 이상 증원하려고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의사가 없다는 해외 사례는 어떻게 설명돼야 하나.

 

의사가 되면서 엄숙히 선서했던 제네바 선언 제4(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와 제8(인종·종교·국적·정당 관계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다)의 맹세를 왜 이리 헌신짝처럼 팽개치는가. 가운을 벗어 던지고 길거리에 나선 의사들은 일체의 집단행동을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라. 무작정 벌이는 힘자랑, 그 끝에 참담한 환자의 죽음말고 뭐가 남는가.

 

아프리카에서 한평생 인류애 실천한 슈바이처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참

 

의사들의 주장을 넉넉히 인정한다고 해도 투쟁의 방법으로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떠나는 파업을 결행하는 것은 좀처럼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의사들은 환자를 떠나서는 안 된다. 의사는 단지 돈 잘 버는 직업이 아니라 인류애를 실천하는 존경받는 전문직이어야 한다. 적도아프리카의 랑바레네 병원에서 한평생 인류애를 실천한 슈바이처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참이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거룩한 봉사활동을 펼치다가 요절한 이태석 신부가 저승에서 통곡할 일이다.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www.mediaccbb.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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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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