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 반환일시금 수령 시 분할연금 불가
분할일시금 도입, 형평성 문제 해결의 열쇠
독일·일본처럼 가입 이력 분할제도 필요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분할연금 수급자가 최근 10년 사이에 8.5배 증가했다. 황혼이혼이 급증하면서 노후 소득을 나누려는 수요가 커진 결과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이혼한 전 배우자가 연금 대신 일시금을 먼저 받아 갈 경우 상대방은 분할연금을 신청할 수 없는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이예인 연구원의 '국민연금의 분할일시금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만 1802명이었던 분할연금 수급자는 2025년 6월 기준 9만 981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수급자 중 여성의 비율은 약 88%로, 8만 7491명이었다. 1인당 월평균 수급액은 2015년 말 약 18만 4000원에서 2025년 6월 현재 약 29만 원으로 증가했다. 남성은 16만 7000원, 여성은 31만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분할연금 수급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황혼이혼의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 비중은 1997년 9.8%에서 2024년 36.2%로 급속히 늘었다. 특히 30년 이상 함께 살다 이혼하는 황혼이혼 비중도 2017년 10.9%에서 2024년 16.6%로 상승했다.
문제는 현행 국민연금법상 분할연금 제도가 가진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 제도는 전 배우자가 정상적으로 노령연금을 받을 때만 연금을 나눠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상태에서 수급 연령에 도달하거나 이민, 사망 등으로 인해 전 배우자가 그동안 낸 보험료를 반환일시금 형태로 한 번에 찾아가면 이혼한 상대방은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
실제로 국민연금 반환일시금 수급자는 2024년 말 기준 19만 8663명에 달한다. 수급 사유는 60세 도달이 69.62%로 가장 많았고, 국외 이주가 19.43%로 뒤를 이었다. 2025년 6월 말 기준 반환일시금의 평균 수급액은 약 655만 원이며, 최고 수급액은 1억 3411만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적지 않은 돈을 한쪽 배우자가 일시금으로 수령해 가더라도 전 배우자가 연금 분할을 선청구해 둔 상태에서조차 이를 나눠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 개선 방안으로 분할일시금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공무원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2018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분할일시금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고 상대방이 반환일시금을 청구하기 전에 이혼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혼 전 지급된 일시금은 생활비 등으로 공동 소비됐을 가능성이 높고 사후 환수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급 사유는 혼인 기간 및 가입 기간 5년 이상, 이혼, 전 배우자의 반환일시금 청구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 보며 권리 청구 기한은 5년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소액 분할로 인한 행정 비용과 불필요한 공증 비용 발생을 막기 위해 분할 대상 반환일시금 액수가 5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한선을 두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연구진은 꼽았다.
장기적으로는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사후에 연금 액수만 나누는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이혼 시점에 즉시 연금 가입 이력과 소득 기록 자체를 균등하게 나누는 가입 이력 분할제도로 전환해야 전 배우자의 자격 변동에 종속되지 않고 이혼 후 발생할 수 있는 장애나 사망 등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독립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이혼 후에도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여,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이혼한 배우자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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