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봄TV-시 낭송] 빈 잔-이시찬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2-03-27 12:16:50
(문봄 시 낭송 퍼레이드 002)-시 이시찬/낭송 유성자

...속 모를 건배가 부러울 것이야 없는데 그믐달은 왜 동창에 주저앉아

먼동을 가로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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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잔

 

 

 

이시찬

 

마침내 땅거미는 짙어지고 허름한 주막이 열린다

딱히 안주랄 것도 없는 값싼 쟁반을 껴안고 이 밤도 나는

대답 없는 잔을 부른다

 

삼경에 걸린 도시가 하나둘씩 꺼져가는데

건너편 식탁에는 넋두린지 희망일지 알 수 없는 '위하여'

새벽으로 간다

 

속 모를 건배가 부러울 것이야 없는데 그믐달은 왜 동창에 주저앉아

먼동을 가로막을까

마중하고 싶은 새벽, 이정표는 과연 없는가……

 

빈 잔에 냉소가 흐르고 선잠 깬 주모가 하품 섞은 쟁반을 다시 차린다

그래, 한잔도 안 되는 한숨 한 줌도 못 되는 시름들

배신을 모르는 한잔에 오늘 밤도 하나둘씩 스러져 간다

 

흩날리는 낙엽 따위가 왜 슬프랴

회개하라 종소리 커지는데 동녘 어디에도 계명성은 보이지 않네

채워도 다시 채워도 늘 빈 잔

 

 

이시찬/시인

계간 문학의봄발행인,

문학평론가,

문학의봄작가회 상임고문,

도서출판 문학의봄대표,

[저서] 시집 2,

장편소설 여정旅程

 

유성자/시 낭송가

수필가,

계간 문학의봄신인상,

문학의봄작가회 작가상,

추보문학상,

수필집 공저 <아니, 그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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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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