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김형석, 백 년의 유산』 -김형석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5-11-16 01:18:17
평생 탐구해온 철학적 사색을 한층 깊게 풀어내
“일은 건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건강 자체가 일을 위한 도구여야”
“남을 헐뜯지 않고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장수의 비결
청년 세대 향해서는 “진정한 행복은 소유가 아닌 사랑에서 온다”고 조언
“K-컬처의 시대에도 국가 운영은 인간애에 기반해야 한다”

 

   

105세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간 김형석, 백년의 유산’(21세기북스)을 펴냈다. 지난해 9, 103251일의 나이로 기네스 세계 기록 최고령 저자로 공식 인증받은 김 교수는 이번 책으로 평생 탐구해온 철학적 사색을 한층 깊게 풀어냈다.

 

책은 1부에서 105년의 인생을 통해 체득한 통찰을, 2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철학자의 시각으로 진단하며, 3부에서는 다음 세대를 향한 진솔한 조언을 담았다. 특히 그는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성숙이 인간다운 삶의 완성이라며 휴머니즘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김 교수는 돈이나 명예가 아닌 감사와 사랑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삶의 가치라고 강조하며, “정치·종교·교육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때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병약했던 그는 어머니의 스무 살까지만이라도 살아달라는 기도 속에서 생의 의지를 다졌고, 그 결실은 100세를 넘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왕성한 저술과 강연으로 증명되고 있다. 건강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일은 건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건강 자체가 일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또한 남을 헐뜯지 않고 분노를 다스리는 것을 장수의 비결로 전하며, 100세를 넘긴 친구 7명의 공통점을 예로 들었다.

 

최근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에 대해 희망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 그는,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와 타르코프스키 영화 희생’(핵전쟁 앞에서도 나무를 심는 의지)을 언급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를 위한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청년 세대를 향해서는 진정한 행복은 소유가 아닌 사랑에서 온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최근 고등학생 대상 강연에서 연애는 스무 살 넘어서 해야 한다는 유머러스한 조언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소통할 때마다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젊은 층과의 교류를 건강 유지법으로 꼽았다.

 

이번 신간 백년의 유산50대를 대상으로 쓴 전작 백년의 지혜보다 더 젊은 독자를 겨냥해 집필됐다. “출판사 측에서 30대 독자들도 내 책을 읽는다고 알려줬다. 좀 더 쓸 수 있으면 써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자유가 보장된 사회가 결국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다만 자유 방임이 아닌 경제적 평등과 빈곤 퇴치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K-컬처의 시대에도 국가 운영은 인간애에 기반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했다.

 

김 교수는 죽음은 삶의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이며, “고독은 깊은 사유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사랑·양심·자유·감사는 단순한 덕목이 아닌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끝으로 그는 후배와 제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교육이야말로 희망의 씨앗이라 강조했다.

 

휴머니즘이 모든 물질과 이데올로기를 넘어선다는 그의 철학은, 효율과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대의 선언문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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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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