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론’= 벗과 교유(交遊)하는 것에 대해 논한 것
‘구우편’= 참된 벗을 사귀는 방법을 묻는 적극적인 내용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는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구성
자료 가치 밝힌 해제와 영인 자료, 관련 화보 풍부하게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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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선비, 우정을 논하다』(김영사)-정민 |
‘서양 선비, 우정을 논하다’(김영사)는 조선 지성사를 깊이 탐구해온 고전학자 정민 한양대 교수가 16~17세기 동서양 문물 교류의 선구였던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과 마르티노 마르티니의 ‘구우편’을 우리말로 옮기고 역주한 책이다.
정민 교수는 다산 정약용과 천주교의 관계를 살피며 조선 후기 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의 지적 여정은 예수회 신부 판토하의 천주교서 ‘칠극’, 조선의 초기 교회사를 집대성한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집필 등 서학이라는 큰 학문의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문헌을 펴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지난 2월, 11년 만에 다시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도서관에 초청된 그는 그곳에서 방대한 한역(漢譯) 서학서의 원전과 동서양의 풍부한 연구 성과를 만나게 됐다. 이러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완성된 ‘서양 선비, 우정을 논하다’는 여러 서학서 중에서도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담은 ‘교우론’과 ‘구우편’을 다룸으로써 우정이란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
‘교우론’(交友論)과 ‘구우편’(求友篇)은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소속 선교사 마테오 리치와 마르티노 마르티니가 16세기 말과 17세기 중반 각각 중국에 파견돼 서학과 유학이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 동아시아와의 접촉면을 확장하고 천주교 신앙을 전파하는 토대를 마련한 책들이다.
교우론은 벗과 교유(交遊)하는 것에 대해 논한 것이라면, 구우편은 참된 벗을 사귀는 방법을 묻는 적극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다.
두 선교사는 초기 서학(西學)을 중국에 소개하고, 한학(漢學)을 서양에 소개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이 두 책을 통해 문명 교류의 첫 번째 경로가 어떤 배경으로 형성됐는지 그려내는 한편, 그것이 조선 사회에 준 영향에 대해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책 ‘서양 선비, 우정을 논하다’는 친구라는 인간관계에 대해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는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교우론’과 ‘구우편’의 자료 가치를 상세히 밝힌 해제와 영인 자료, 관련 화보를 풍부하게 수록했다.
거기에 키케로, 세네카, 아우구스티누스 등 그리스·로마 시대의 격언과 일화부터 성경과 이솝우화까지 옛 성현들의 우정에 대한 금언집에 상세한 해제와 영인본, 화보 등 풍성한 자료를 더했다. 300여 개의 꼼꼼한 주석을 통해 한자식 서양 인명과 원 출전을 면밀하게 정리했다. 해제에서는 두 책의 저술 동기와 간행 경과부터 편집 원리, 중국에서의 평가, 조선에서 읽힌 흔적과 의의까지 추적했다.
성호 이익, 연암 박지원, 청장관 이덕무 등 조선 후기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우정론 열풍의 중심, 신분과 당파, 국경을 초월한 ‘우정’과 관련된 내용들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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