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무명 독립투사 후손의 ‘눈물젖은 꿈’

민족·역사 / 김영호 기자 / 2025-09-16 15:18:19
박신양 건국포장 수상자 손자 박호석씨의 감동적인 헌사
“일제강점기 국유림 환수운동 주도한 할아버지 옆에 묻히고 싶다”
“잊혀지는 기억들... 고향 땅에 비석, 작은 기록관이라도 세웠으면”
지난 20235월 박신양 건국포장 수상자의 유해를 대전 현충원 독 립유공자 묘역으로 이장하는 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오른쪽에 검은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손자 박호석씨.

 

박신양 지사의 손자 박호석 씨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할아버지의 희생이 잊혀진 현실에 대한 설움과 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원망을 토로했다. 

 

박신양 지사는 1928년 전남 함평군 월야면 국유림 환수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으며, 사후 65년 만에 건국포장을 수상했다.

 

박신양 지사는 조선총독부가 사유지를 공립보통학교림으로 무단 전환하자 이에 항거한 월야면 국유림 환수운동을 주도했다. 이 사건으로 18명이 재판에 회부됐고, 박 지사는 가장 무거운 형벌을 받았다. 

 

그는 옥고를 치른 후 전북 정읍으로 이주해 1957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해는 2023년 대전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으로 이장됐다.

 

▲대전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조성된 박신양 독립투사의 묘 전경. 건국포장과 메달과 증서, 국가유공자증, 공적사항이 기입된 문서 등 이 놓여 있다.

 

박호석 씨는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이 오랜 세월 동안 잊혀진 것에 대한 설움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는 어떡해 이토록 긴 세월 동안 독립투사에 대해 무심할 수 있었던 것입니까"라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또한,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나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씨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 자금을 비밀리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 돈이 후손들에게 물려졌다면 자신이 힘들지 않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할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털어내고, 고향 땅에 할아버지의 비석과 기록관을 세우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

 

박 씨는 할아버지의 유해가 대전 현충원에 묻히는 것을 알리는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리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야 정부에서 인정을 받았구나"라며 감격을 표했다. 

 

무명의 독립운동에 헌신한 할아버지 박신양 지사의 얼과 혼을 잇기 위해 외로이 눈물을 쏟고 있는 손자 박호석씨가 자신의 손주를 안고, 대전 현충원 박신양 지사의 묘를 살피고 있다.

 

박신양 지사의 헌신과 희생이 잊혀지지 않도록 후손들이 그 얼과 혼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그의 바람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박신양 지사의 독립운동은 오랜 세월 동안 잊혀졌으나, 그의 헌신과 희생은 후손들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박호석 씨의 노력과 바람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의 인식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며,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때 비로소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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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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