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다극세계가 온다』 -페페 에스코바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5-12-07 19:00:06
-미국의 패권이 약화된 새로운 국제 질서가 어떻게 구축돼 왔는지, 탈패권주의적 시각으로 2020년대의 최신 역사를 분석
“미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
“한국이 미국의 ‘동맹 수탈’ 정책에 휘말려 주변국과 갈등을 키우는 것은 매국”
-“달러 이후의 세계, 군사적 대립이 아닌 무역을 통한 번영”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묵직한 화두 던져

 

               

내외적으로 쇠퇴하는 미국, 점차 세력을 확장해온 다극적 세계 체제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다극화 진영 최고 저널리스트, 브라질 출신 지정학 분석가 페페 에스코바의 책 다극세계가 온다’(돌베개)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페페 에스코바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된 새로운 국제 질서가 어떻게 구축돼 왔는지, 탈패권주의적 시각으로 2020년대의 최신 역사를 분석해냈다.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패권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중국·러시아 등이 이끄는 글로벌 사우스의 세계정세를 치열하게 탐구하며 생동감 넘치는 분석으로 명성을 쌓아 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달러 패권 이후, BRICS+SCO, 국제 경제 회랑 대결, 중국·러시아·조선(북한) 협력, 팔레스타인 독립 등 우리 시대 세계정세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유라시아 대륙과 전 세계를 직접 누비며 보고 듣고 분석했다.

 

에스코바는 미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23PPP 기준으로 브릭스 5개국이 G7을 경제적으로 추월했으며, 2025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저자는 달러를 무기화한 미국의 정책이 오히려 탈달러 거버넌스 구축을 가속화했다며 브릭스 국가들이 R5(런민비·루블·루피·헤알·란드)를 활용한 자체 결제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극세계의 핵심 축은 BRICS+SCO, 일대일로다. 이들은 정치·경제·군사·문화 전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 중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유럽까지 연결되는 국제남북운송회랑(INSTC)’을 구축하며 서방의 분할전략에 맞서고 있다. 저자는 중앙아시아는 다시 심장지대로 부상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각축전이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이라 강조했다.

 

브릭스 국가들은 자국 통화로 교역을 확대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1단계 전략을 추진 중이다. 2단계로는 달러를 참조하지 않는 새 가격 형성 체계, 3단계로는 금과 핵심 자원에 기반한 준비통화창설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다극세계의 경제 성장은 실물 중심 체제에 기반해 서방보다 효율적이라며 이를 미국이 공황 상태에 빠진 이유라고 주장했다.

 

에스코바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 수탈정책에 휘말려 주변국과 갈등을 키우는 것은 매국이라며 다극세계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그는 한국이 집단서방과 거리를 두고 유라시아 경제권에 동참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라 조언했다. 에스코바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군사적 실패가 누적되는 지금, 다극세계의 승리는 시간문제라며 “2030년 헤게모니의 안락사가 올 것이라 단언했다.

 

프레드 짐머맨은 추천사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 편향을 낳는다다극세계의 논리를 직시해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코바는 지금이라도 유라시아와 손잡고 다극세계의 흐름을 타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 패권의 붕괴는 역사적 필연이지만, 한국이 그 과도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라는 경고다. 달러 이후의 세계, 군사적 대립이 아닌 무역을 통한 번영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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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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