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저항의 수다』 -부밍바이, 반체제 팟캐스트 좌담집

문화·예술 / 안재휘 기자 / 2025-12-07 19:03:54
팟캐스트 ‘부밍바이(不明白·도무지 모르겠다)’가 책으로 재탄생
중국 내부의 암울한 현실과 저항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
2회 만에 중국 내 청취가 금지, 해외 스트리밍을 통해 중국어로 송출
장제핑 “무릎 꿇고 반란을 일으키는 것과 서서 저항하는 것 사이에서 일상이 투쟁”
“혁명은 필연적이지만, 그 전에 작은 행동이 역사를 바꾼다.”

 

   

20225, 오미크론 확산으로 상하이 2500만 명이 고강도 봉쇄에 갇혔을 때, 절망 속에서 탄생한 팟캐스트 부밍바이(不明白·도무지 모르겠다)’2년 만에 책 저항의 수다’(글항아리)로 재탄생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위안 리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체제 저항 운동의 중심이 됐다. 180회에 이르는 방송 중 핵심 인터뷰 25편을 엮은 책은 중국 내부의 암울한 현실과 저항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부밍바이는 감염자 0을 목표로 한 봉쇄 정책으로 일상이 무너진 시민들의 도대체 중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절박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건물에 갇혀 굶주리는 사람들, 경기 침체로 무너진 서민 경제, 건강 코드로 추적당하는 개인의 자유-이 모든 것이 부밍바이의 소재였다. 정치학자 페이민신, 경제학자 쉬청강 등이 출연해 제로 코로나는 1958년 대약진운동 같은 미친 정책이라 비판했고, 영세업자와 농민공들은 복지 사각지대의 고통을 고발했다.

 

시진핑은 어떠한 균형도 필요 없고, 자기 비서만으로 상무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뜻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직격하기도 한다. 방송은 2회 만에 중국 내 청취가 금지됐지만, 해외 스트리밍을 통해 중국어로 송출되며 읽는문화로 저항을 이어갔다.

 

책은 중국 경제의 위기를 부동산 거품, 실업률 상승, 악성 부채 등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쉬청강은 부분적 시장경제를 도입해도 권력 집중화로 자체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구소련 몰락을 떠올렸고, 우궈광은 혁명은 필연적이며 개혁은 그 길을 터줄 뿐이라 말했다. 2022년 봉쇄된 건물에서 화재로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은 백지운동으로 번졌다. 시민들은 백지를 들고 비극마저 선전으로 둔갑시키는 정부에 맞서자고 외쳤고, 한 참여자는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며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비관 속에서도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바깥에선 공산주의 체제 아래 국민을 어쩔 수 없는 존재로 보지만, 저널리스트 장제핑은 무릎 꿇고 반란을 일으키는 것과 서서 저항하는 것 사이에서 일상이 투쟁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탄압에 맞서 창작과 토론 플랫폼으로 탈집중화를 시도하는 언론인들, 해외 이주를 고민하면서도 현장에 남는 활동가들의 선택은 완전하지 않은 자유라도 복종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체제에 답이 없다면 우리가 답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한 청년은 현실 세계가 우릴 버려도 새로운 작은 세계를 창조하자고 외치며, 무력감에 맞서는 연대의 힘을 강조한다. 위안 리는 이 책은 절망했지만 각성한 이들의 용기를 외면하지 않는다무의미한 단편이 새로운 세계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부밍바이는 검열에 맞서 해외에서, 책은 타이완에서 중국어로 출간되며 체제 비판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중국 내부의 저항은 한국 촛불집회처럼 익숙한 얼굴이지만, 공산주의 국가라는 프레임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혁명은 필연적이지만, 그 전에 작은 행동이 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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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 대표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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